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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밤마실

2016.07.29-08.01: 제주도.

 

제주 아일랜드.

 

2016.07.29-08.01

 

 

굉장히 감성적이고 멋진 여행을 꿈꿨지만, 현실은 그저 성수기에 제주도로 여행온 호구 여행객일 뿐이었다. 제일 추천하고 싶은 곳은 정방 폭포.

 

 

 

정방 폭포를 만나기 전까지 거쳐야 했던 것들.

 

난개발 중인 제주 시내, 뜬금없는 공항 활주로 패쇄, 그리고 딜레이되는 비행기, 몰려드는 관광객과의 한판 승부,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카카오 택시, 비린내 나고 불타는 해변, 숨 막히는 더위에 흐르는 육수와 씻겨내리는 화장, 타들어가는 살갗, 땡볕 아래에서 숨을 곳도 없이 마른 오징어가 돼갈 때쯤 만나게 된 정방 폭포....참으로 좋은 것 ^0^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점에 앉아서 발 담그고 휴식. 제주도 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정방 폭포에 가서 발을 담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중에 제주도를 떠올리면, 발을 담갔던 순간을 떠올릴 것 같다. 처음으로 해맑게 웃었다.  

 

 

 



객관적으로 불타는 모래 해변과 인간들의 콜라보는 아름답지 않다. 사람들이 없고, 적당히 청량감을 주는 바다가 기호에 맞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해변은 딱 두 군데를 들렀는데, 떠밀려오는 미역의 비주얼을 빼면, 쇠소깍에 있는 이 해변이 딱이었다.



 

 

 

서귀포 해안 - 제트 보트 체험.

 

적성에는 안 맞지만, 스릴 있는 제트 보트를 타보았다. 바닷물을 정통으로 맞으며, 기분이 좋아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통통통 경쾌하게 튕겨나가는 제트 보트의 극악스러운 탑승감은 단연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든 파도를 따라 튕겨나가려는 보트에서 살아남고자 투명 의자에 앉은 듯이 불타는 허벅지 근육을 이용해 버텼고, 약 10분 정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질 못했다. 고통을 동반한 재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제주도에 와서 유람선보다 제트 보트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왜냐면 시원한 바다로 나가서 짠물을 얼굴로 맞으며 비명을 질렀으니까.






덧,



타들어가는 햇빛은 인간의 평정심에 끔찍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돌아다니는 내내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칠 정도로 징징거렸다. 여름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나이가 돼 가고 있다... 

 

덧덧,


평생의 숙원 사업(?)처럼 여겼던 제주 아일랜드 방문은 뭐, 그냥 갔다 왔다는 사실만을 남긴, 훈훈한 여행이었고, 출발부터 오류투성이었던 일행들의 만행을 여기에 다 적을 순 없지만, 상황들이 너무나도 시트콤이라; 가끔 우울할 때 생각하면 웃길 것도 같다.

 

먹은 것은 제주도까지 가서 먹은 맥도날드(;;;) 호텔 조식, 삼계탕, 흑돼지, 라면... 이게 전부다. 보통은 제주도를 식도락 코스로 즐기고 온다는데, 역시 나의 근본없는 여행은 헛점이 많다.


덧덧덧,

절대 해외 여행을 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국내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길을 잃고 헤매는데, 해외 나가면 분명 해외 토픽에 실릴 사고를 칠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