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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책- 발견하는 즐거움, 게으름에 대한 찬양, FBI예술품 수사대,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12월 책 : 발견하는 즐거움, 게으름에 대한 찬양, FBI예술품 수사대,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왠지 모르겠지만, 책들의 주제가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절대 의도해서 본 것은 아님.



01
발견하는 즐거움



저자: 리처드 파인만
출판사: 승산

단순히 이름만 안다는 것은 왜 전혀 모른다는 것과 같은가?

저 새가 뭔지 아니? 너는 저 새의 이름을 알았어. 그런데 이름을 알았다 해도 너는 저 새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단다.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저 새를 뭐라고 부르는지만 알게 된 거지. 여러분이 미술을 논한다면, 3B 연필이 2H 연필보다 무르다는 지식이 미술이라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화가가 그런 걸 모르고도 잘해나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것은 미술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 리처드 파인만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방법. 이름만 아는 것과 진짜로 아는 것의 차이를 아는 것.

사물을 관찰하고,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과학이라고 한다. 경험을 넓혀가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합쳐져 하나로 통일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전보다 훨씬 단순해진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사실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꽤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 이 책은 파인만 선생님의 강의를 바탕으로 꾸며진 책이기 때문에 구어체 서술이 대부분이다. 쉽게 풀어나간 그의 강의 속에는 삶에 대한 철학이 드러나 있다.

게다가 핵무기 개발에 관련된 리처드 파인만의 생각과 에피소드는 당시 냉전 시대가 어떻했는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시대적으로 조금 앞서 살았던 그가 던진 여러 질문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는 느낌이다.




02
게으름에 대한 찬양




저자: 버트런드 러셀
출판사: 사회평론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버트런드 러셀의 책이라서 망설임 없이 구입한 책이다. 내가 일을 함으로써 얼마나 나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심각하게 내 에너지 자원의 분배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는 너무나 일이 많으며 근로가 미덕이라는 믿음에 의해 엄청난 해악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도시 사람들의 즐거움은 대체로 수동적인 것이 돼 버렸다. 영화를 보고, 축구 시합을 관전하고 라디오를 듣고 하는 식이다. 이렇게 된 것은 그들의 적극적인 에너지들이 모조리 일에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필요한 일만 함으로써 기력을 소모하는 일 없이 여가를 즐겁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직업상의 일에 써 버리지 않은 시간을 뭔가 유용한 것을 추구하는 데 바칠 수 있고, 또한 그러한 일들은 생계와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창성이 방해받는 일은 없을 것이며 타인의 표준에 맞출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너무 많고, 현실은 가혹하다. 그래서 마침내 자신을 작품을 만들거나 하고픈 일을 할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는 이미 취향과 재능이 달아나고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은 타이밍.
여기엔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서 여가를 즐기는 시간에도 적용된다.

사색하는 습관과 게으름에 대해서.

쓸데없고 무용한 지식은 의외로 사소해 보이는 부분들까지 개인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러한 지식의 추구를 가능케 해주는 것은 바로 사색하는 습관인데, 여기에는 게으름이 요구된다.

사람은 게으를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지고, 장난도 치고 싶어지고, 스스로가 선택한 건설적이고 만족스러운 활동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으름 찬양의 목적은 즐겁고 가치 있고, 재미있는 활동들을 누구나 자유롭게 추구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데 있다.




03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저자: 최윤필
출판사 : 글항아리

주류 혹은 집단 가치의 울타리를 넘어서고자 하는 아웃사이더, 세에 쫓겨 변두리로 밀려난 주변인에 대한 이야기. 주류가 아니지만 당당하고 멋진 그들의 삶... 밖과 안쪽의 경계가 삼엄하지 않은 사회를 꿈꾸는 스물 여섯 명의 아웃사이더와 저자의 생각이 뭍어난 인터뷰가 돋보인다. 이 책에는 우리가 모르는 2등의 이야기. 그리고 보지 않았던 숨겨진 사람들과 평범한 영웅들이 나온다.

글 속에 사람들은 어딘가 느리고 독기가 없다. 어수룩하고 느릿느릿 움직인다. 하나같이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호되게 당하고 뒤로 물러난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강철처럼 단단하고 굳은 의지와 성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1등이 아니기 때문에,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또는 절박하지 않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자유가 그들에게 있다.

"열심히 안 한다고 하는데 그랬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 안 깨지고 즐겁게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열심히 안 하려고 나름 무지 열심히 했다는 게 그들의 항변이다.

별로 주목받지도 못하면서 한사코 무대에 서는 것은, 당장은 춤이 좋고 그보다 더 좋은 게 없어서일 것이다. 쥐고 있던 뭔가를 놓고 나면 세상이 달리 보이듯, 뭔가를 새로 움켜쥐려는 이에게도 세상은 낯선 모습으로 버텨선다. 그렇다면 나도 이들처럼 뚜벅뚜벅 당당하게. 사뿐사뿐 유연하게. 인생을 즐기고 싶다.


04

FBI예술품 수사대




저자: 존 시프만
출판사: 씨네 21북스

최악의 예술품 도난 범죄, 가드너 사건을 말하다. 예술품과 박물관, 그리고 도난품을 추적하는 FBI의 실제 사건을 다룬 이 책은 소설처럼 서술돼 있다.

저자는 오랜 꿈이었던 FBI 요원이 되고, 예술품을 보는 법을 배우고, 페루의 보물을 되찾고, 남북전쟁의 역사인 피묻은 깃발을 추적한다. 언더커버로 상대를 배신하고, 사기꾼들을 만난다. 예술을 사랑했던 가드너 부인의 예술품 미스터리를 다루며 FBI와 국제적 네트워크의 내부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사건이 언젠가는 해결되길 바라는 저자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이런 이야기가 현실이라고?! 놀라게 되고 TV나 영화처럼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요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올 초에 한참 미국이니, 군대니, FBI에 관심이 있었을 때 산 책인데 전문적인 지식이 뭍어나는 이런 글들이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제 군대물은 그만 봐야겠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한 그쪽 세계의 소스는 매력적이다^^.


오늘의 명언: 내가 잘할 거라고 남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잘할 필요는 없다. 남들이 내가 뭘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든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암요, 그렇고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