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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_기상 기록

소비와 창작

잘하는 것이라 여겼던 일을 제대로 못했을 때의 충격과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못했을 때의 충격은 두 배다. 

심지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겪고 있다. 나란 인간에게 적성이란 게 있는 것일까.

 

시장을 조사하고 연구하고 맞추어서 창작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저 쓰고 싶은 대로 쓰다가 철퇴를 맞으니, 뺨이 꽤나 얼얼하다.

 

유행과 먹히는 아이템에 속도전, 게다가 참신함까지 겸비해야 한다. 거기에 운도 따라야 하고 말이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다. 이건 업보다. 정리를 해보자면 유행과 먹히는 아이템도 아니었다. 

 

독자들의 구미를 전혀 당기지 못하는 결과물을 내놓고 말았다. 장르적 실수도 범했다. 

마치 추석 가족 영화를 보러 온 사람에게 요상한 SF스릴러를 내놓은 것마냥. 참으로 텁텁했다. 

 

그래서 어떻냐고? 속상했다가 억울했다가 갑자기 겸손해졌다. 

 

부끄럽고 숨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한 친구들에겐 알리지 않았다.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알런지. 욕먹고 비야냥거림을 당할까 봐 괜히 위축되는데,

이런 것들도 언젠가는 지나간 추억이 되겠지. 

 

당분간 이 실패로 인해 많은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내 모든 고민과 번뇌의 근원은 먹고 사는 걱정에서

시작되는데  왠지 그것만 해결되면 자유인이 될 것 같은 생각이 샘솟는다. 

 

결국 창작이란 먹고 살기와 뗄레야 뗄 수 없고, 읽어주는 소비자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무엇 하나 기다려주지 않는단 생각이 든다. 난 자빠졌고 땅바닥에 앉아 엉엉 우는 아이 같다. 

 

툴툴 털고 일어나야 하는데, 맞은 뺨이 얼얼해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 

 

이제 나는 소비자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글러먹은 것 같고, 

그냥 취미로 써야하는데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아무튼 오늘부터 나의 할 일은 오히려 더욱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이다. 어차피 취미니까 말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소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