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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메이드인 공장,발칙한 영어산책,창문너머 도망친 100세노인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

 

글쓰기는 다이어트와 닮아있다. 아니다. 영어 공부와 닮아있다. 왕도가 없다는 소리다. 그냥 겁나 묵묵히 글만 쓰면 된다.

 

먹은 만큼 찌고ㅡ 운동한 만큼 빠진다. 쓴 만큼 늘고, 경험한 만큼 글이 풍성해진다.

 

개인적으로 모든 종류의 작가라는 인종을 약간 변태로 보는 성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끈기가 보통의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태, 아니 마조가 아니라면 그런 고통스러운 끈기를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작가란 무엇인가?

 

작가: 종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종이를 가장 낭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By 김중혁)

 

-예전에는 남들보다 글을 조금 더 잘 쓰고,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은 좀 다르다. 그냥 둘 중에 하나다. 타고난 이야기꾼. 또는 덕후 변태.

 

글을 말하듯 써야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있듯이 타고난 이야기의 구성력을 가진 사람은 따로 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있고,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 있듯이, 머릿속 이야기 구조가 촘촘한 사람은 따로 있는 듯하다.

 

역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열정은 있지만, 재능이 없는 경우"인데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좀 이르다. 그냥 묵묵히 재능있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된다.(<- 사실 이게 제일 힘들다. 가진 재능보다 더 힘든 게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자기 것이 있는 사람이 작가다.-

 

내 것이 있은 다음에야 뭔가를 증명할 수도 있다. 

 

 

-근데....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주절거린 이유는 최근에 읽은 책의 작가들이 "타고난 이야기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그렇지만...) 나 혼자 뜬금없이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01

 

메이드 인 공장

 

 

 

 

김중혁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글에 흥이 있기 때문. 흥이다. 흥. 이 흥이라는 게 나와 코드가 참으로 잘 맞아서 소소한 재미를 제공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작가. 세상에 마상에, 공장 견학을 소재로 돈벌이가 가능하다니!!!! 이제 이런 종류의 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기록은 곧 이야기가 되고 책으로 완성된다. 속옷공장에서 초콜릿 공장까지 상상한 대로의 모습이지만 뭔가 다른 것 같은 김중혁 작가의 해석이 참신하다. 가볍게 읽고 / 메모하고/ 책장에 넣어두고 / 다시 읽지 않을 확률이 80%이지만 그래도 유쾌하다.

 

 

 

6P

 

사람이란 보이는 걸 꿈꾸게 마련이어서 세 겹의 세계 속에 둘러싸인 채로는 다른 걸 꿈꾸기가 쉽지 않다.

 

 

뭔가를 끊임없이 기록하려는 이 마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르겠다. 내 것이라곤 작은 수첩 하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결핍 때문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끝날 수 없다는 존재의 증명이 나를 단련시켰다 


다이어리: 적을 게 없다. 새롭게 발견하는 일상의 기쁨도 줄어들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감상도 평이하다. 수첩 속 빈 공간들을 보고 있으면 삶이 많이 쓸쓸해진 것 같아 마음이 허할 때도 있다.

 

 

71P

 

예술을 무척 사랑하는 회사 대표님이 어느 날 아이디어를 냈다. 공장 외벽에다 그림을 그리기로 한 것이다. 벽에다 작품을 설치하다니, 낭비도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생산과 효율을 강조하는 공장의 외벽을 울긋불긋하고 파릇파릇하게 만든 낭비의 마음이 좋다. 사람의 마음을 위해 낭비하는 공장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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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게 되면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 우리가 낭비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계획하지 않았던 씀씀이가 의도치 않은 활력소가 될 수도 있고, 어느 날 빵~하고 터지는 대박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보고 있나? 우리 회사? 사장님께 한 마디 하고 싶다. 딴 거 안 바랍니다.... 쥐어짜지만 말아주세요 *^^*

 

 

 

101P~

 

*하는 일은 똑같은데, 지갑 바꾸는 것으로 마음이 새로워지다니 이상한 마음이다.

 

* 어쩌면 모든 식사란 시간을 먹는 일인지도 모르지.

 

*초콜릿은 여유와 행복의 상징이었다.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된다.

 

 

186P

 

*긍정의 결속력은 약하고 부정의 결속력은 강하다.

 

 

 


 

 

02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이 작가 천재라고 몇 번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방대한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지식과 특유의 유머까지 갖춘, 게다가 유행을 따르지 않는, 오로지 본인의 탐구정신을 위한 올곧은 글쓰기가 마음에 든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내고 있지만, 그 기본에 깔린 작가의 지적 탐구는 언제나 굉장하다. 자학과 자부심을 잘 버무린 유머가 특징.

 

 

책 제목이 영어사전인 만큼 그동안 몰랐던 영어 단어의 유래를 알 수 있다.

 

 

미시시피: 인디언 지명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디언이 미국의 풍경에서 시적 감흥을 느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초의 볼펜은 '새지 않는 최고의 필기 막대'로 특허가 났다.

 

시카고는 '양파냄새가 나는 곳'이라는 인디언의 말에서 유래.

 

 

354P

 

코카콜라는 1926년에 자기 상표를 보호하기 위해 7천번이나 법에 호소했다. 한 번은 대법원까지 간 적도 있었다.

 

365P

 

당시에는 여자들이 천을 짜고 비누와 양초를 만들고 더장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소금에 덜이는 등, 하루 종일 지치도록 일을 했다. 그런 환경에서 음식의 질이 낮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못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360P

 

대중화된 사치품- 백화점

백화점의 서비스는 무한대에 가까웠다. 우체국 도서관 분점 분실물 센터 미용실 옥상정원 응급실 안내소 심신이 지친 고객을 위한 조용한 공간 -찰과상에 반창고를 발라주고 길잃은 아이를 달래주고, 온갖 질문에 답해주었다.

 

 

대형 마트의 시작:

1차 세계 대전으로 종업원이 부족해지자, 물건을 고른 다음 나갈 때 계산하는 새로운 형식의 마트가 생겨났다. 각종 도난과 매출감소의 우려를 뒤로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들이 빵을 눌러보고 수프 통조림을 만져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이 발상은 대대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374P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미국 최대의 여가 활동이었다.

 

 

 

403P

 

의미있는 여가생활은 사실 현대에 생겨난 개념이다. 관광은 1847년에 휴가는 1878년에야 나온 단어이다.

 

 

 

산타클로스: 산타클로스가 코카콜라 선전에 등장한 1930년대 이후부터 현재처럼 빨간 옷을 입게 되었다고 한다.

 

 

589P

 

십대청소년

Teenage란 말은 1941년에야 생겨난 단어이다. 전쟁 후 베비이 붐을 거쳐 십대의 수는 110퍼센트나 늘었다. 그들은 다른 종족이었다. 단정치 못하게 옷을 입었고, 전화와 화장실을 점령했으면 괴상한 음악을 들었다. 특히 가까운 친척이 싱거운 농담이라도 하면 고통스러운 표정과 억지 웃음으로 응수했다. 젊은이들은 불평 불만에 젖어있고, 괴팍스러워졌다.- 일종의 집단적 정신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03

 

창문 너머로 도망친 100세 노인

 

 

 

음, 이 작가도 천재다. 본디 소설은 속도감과 긴장감이 좋아야 한다.

 

적당한 흐름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본능적으로 그 흐름을 파악할 줄 아는 작가인 것 같다.가끔 보면 이런 류의 작가들이 종종 보이는데, 타고난 재능은 숨길 수가 없는가 보다. 요즘 한창 핫한 소실이기도 하고, 많은 리뷰들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에 대해서 따로 길게 쓸 생각은 없다.

 

 

그냥, 이 소설은 한 노인의 삶의 페이지를 넘겨가며, 들여다 보는 재미있는 형식의, 한편의 유쾌한 시트콤 같다.

 

100세 노인의 삶의 기록이, 그 페이지들의 챕터가 매우 다이내믹하고, 판타지스럽다. 마치 로드무비를 보는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 개그 코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