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스케일, 그리고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당신은 티켓이나 끊고, 보기만 하면 된다,의 상황이다. 여기저기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라는 평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호다. 그것도 호호호(好好好)다!
설국열차는 인간상을 표면적으로, 굉장히 단순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 감정에 충실하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합과 보여주는 메시지, 그리고 폭주하는 기관차마냥 달리는 스토리는 얼핏 보면, 불협화음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큰그림으로 보면 굉장한 스토리텔링이다.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텔링. 다시 한 번 놀란다.
뭐, 그렇다. 봉준호 감독은 이야기꾼이다. 인간이 가장 재미있어하고, 궁금해하는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본능적으로 영화에 '그것들'을 풀어놓고, 관객들이 쉴 새 없이 감정을 소모하며 달리게 한다.
설국열차를 보면서 느낀 강렬한 감정들은(물론, 내 코드에 맞아서겠지만) 실로 오랜만이라
굉장히 유쾌하게 만족스러웠다. 뭔가를 봤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는 그리 흔치 않다. 이래서 다들 봉준호 봉준호 하나 보다.
열차 속, 인간 군상들의 행위.
관객인 내가 원하는 바.
감독이 여기저기 풀어놓은 상황들.
전혀 다른 곳을 향해 가는 것 같지만, 잘 짜여진 태엽장치처럼 맞물려 간다고 느껴지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꼬리칸에서 머리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여러 힌트들도 특히 좋았다. 바로, 이런 디테일한 설정들이 봉준호 감독식 스토리 텔링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액션도 훌륭했다.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도 좋았다. 송강호는 송강호스럽게 나왔다.
이 영화는 한치의 오차없이, 봉감독답게 그려져있다. 이게 다른 의미로 좀 무서운 것 같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소리이고, 한결 같은 감독이라는 말인데, 주변 상황에 그다지 휘둘리지 않는 그의 작품 세계가 그래서 맘에 든다.
미국가서 이 정도 작품을 뚝딱 만들어 와서는, 약간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봉감독의 그릇이 좀 많이, 큰 것 같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2013년은 한국 영화 풍년이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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