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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자전거 여행 에세이


내가 꼭 체크하며, 챙겨보는 글이 있는데 그건 바로 김훈의 에세이들이다. 김훈 작가의 글을 보면, 이런 느낌이 든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10개라면, 김훈 작가가 사용하는 언어는 만 개 이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김훈 작가는 단아하면서도 날카로운 언어들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그리고 말씨, 아니 글씨가 바르고 아름답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하루에 사용하는 단어의 수준이 유치원에도 못 미칠 수준이다. 예를 들어, -밥 먹었어? 자야겠다. 씻어야지. 끊어. 나중에 봐. 알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정도이다...그 이외엔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뿐이니. 실상, 내가 내 의견을 말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는 전무한 상태...

그래서 답답할 때 김훈의 에세이나 사설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척박한 내 언어 세계에 단비를 내려주는 기분이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놀기 바빠서인지, 가벼운 말, 저질 농담이 많이 늘어서 조금 걱정이긴 하다^^;; 하긴, 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내 보기엔 난 천성이 가.볍.다.

좋은 글귀는 메모도 하고, 따로 체크를 하며, 밑줄; 그으며 보고 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인, 미나리에 대한 글귀를 적어본다.

-미나리는 전혀 종자와 근본이 다르다. 겨울 강가의 얼음 갈라진 틈으로, 이 새파란 것들은 솟아오른다. 미나리에는 출신지의 음영이 드리워져 있지 않다. 미나리에는 그늘이 없다. 미나리는 발랄하고 선명하다. 미나리의 맛은, 경험되지 않은 새로운 시간의 맛이다. 맛의 질감으로 분류한다면 미나리는 톳나물이나 두룹나물에 가깝다. 그러므로 미나리는 된장의 비논리성과 친화하기 어렵고 오히려 고추장의 선명성과 잘 어울린다. 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해주는 새로운 날들이 우리 앞에 예비되어 있음을 안다. 새들이 떠난 강가에서 우리는 산다. 아내를 따라서 시장에 가보니. 바다를 남에게 내준 뒤로 생선 값은 무섭게 올랐고, 지천에 널린 봄나물은 싸다.-




소소한 일상이 담겨진 담담한 글들이 주를 이룬다. 그냥, 지치거나 혹은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래놓고, 이따가 드라마를 보며 나는 또 흥분을 하겠지... 하하... 뭐, 이게 나인걸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