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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빅 피처The Big Picture: 이상과 현실.

빅 피처 (The Big Picture)

 

한줄 평: 적당한 긴장감과 미스터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질문, 적절한 유머, 깔끔한 엔딩. 뭐 하나 나무랄데 없는 완벽한 공식이다. 강추! 잼나다.

 

 

 

한 남자가 있다. 별 볼일 없는 삶이 지루한 변호사이며, 중산층이고, 젊은 시절 못 이룬 사진 작가에 대한 꿈 때문에 우울한 중년 남자다.

 

그런 중년의 남성이 어느 날 우연히 아내의 불륜 상대를 죽이게 되면서 소설은 전혀 다른 전개로 흘러 들어간다. 남자는 살인으로 인해서 새롭게 얻은 "인생의 제 2막"을, 벤이라는 사진 작가로 거짓 신분을 가진 채 살아가게 된다. 그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했던 모습의 자아로 나아가지만, 그에겐 여전히 새로운 삶에 대한 의문과 혼돈이 존재한다.

 

 

만약, 당신에게 다른 삶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쩌실 겁니까?

 

 

"이제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완 전혀 관련 없는 일인양, 살아왔다는 거야."

 

 

117P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안전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한다."

 

 "물질적 안정" 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척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척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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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과 저쪽의 경계, 제 2의 인생을 사는 그와 이전의 그는 다른 사람일까?

 

우선,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 주인공은 동일 인물이지만, 뉴욕에서의 그는 불만족스럽고, 어딘가 고장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몬태나에서의 벤은 매력적이고 유쾌하고, 재능있는 사진작가였다. 물질적 안정 위에서 안주하며, 불평만 늘어놓던 주인공이 모든 것을 잃고, 전혀 다른 인생을 얻었을 때, 비로소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이룰 수 있었다.

 

삶은 꼭 중요한 무엇인가를 내주어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준다. 포기가 있어야, 얻는 것이 있고, 버려야 구할 수 있다. 결국, 상황에 의해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은 많은 부분은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났지만, 다시 태어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삶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시작, 즉 리셋이란 말인데,

이게 참으로 오묘해서, 내 생각에 "돈이라는 물질적 안정"이 있어야만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이상이 실현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돈을 벌기 위해선 시간을 써야하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하고픈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 외부적인 요인으로 물질적 안정을 박탈 당했을 때 오히려 자류롭게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바닥을 치면 오를 일밖에 없다고. 뭔가 벽에 부딪히고 깨져봐야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는 것 같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찝찝함의 정체는 아마도 "정답은 없다, 그저 운명을 받아들일 뿐"이라는 결론 때문일 것도 같다.

 

 

아무튼, 이 작가에게 유머가 있다. 글의 맥락 속에서 슬쩍 비추고는 사라지는 말장난이나 무심한 듯이 숨겨진 농담이 딱 내 취향이다. 그런 걸 발견할 때마다 이 작가 천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덧,

 

 

 

요즘은 책을 읽어도 쓸 리뷰가 별로 없어서 걱정이다. 영화도 그렇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초간단하다. 본 모든 것의 기록을 남기기 위함인데, 이게 요즘 힘들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쳐서?) 리뷰 쓰는 것도 슬럼프가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