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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에브리맨, 싱글맨, 마더나이트,인문학으로 콩갈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에브리맨, 싱글맨, 마더나이트, 인문학으로 콩갈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서양미술사, 본다는 것의 의미

 

-자꾸만 침대에 누워 잠만 자려고 하는 몸뚱이를 억지로 일으켜세워 (겨우) 읽어낸 결과물(장하다!) ....몇 달치 분량을 탈탈 털어봐도 읽은 것은 이게 다였다.

 

 

 

01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 소설은 미드 <킬링>과 느낌이 비슷하다. ㅜㅡ 한 마디로 숨막힌다는 얘기. 도입부분의 음울함이라든지,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를 따라가는 미스터리 구조라든가, 진실이 밝혀지는 부분까지의 묘하게 느린 전개와 극중 인물들이 가진 비밀을 풀어가는 심리 묘사는 재미와 지루함을 동시에 주었다.  

 

추리와 미스터리에 대한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짜증이 날 수도 있는 느긋한 전개가 독특했지만, 역시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추악한 사건의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잘 다룬 작품이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긴장감과 반전을 원하는 독자에겐 조금은 부족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그냥저냥 읽을 만했다고 평할 수는 있지만,이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간 힘은 물론, 소설의 힘도 있겠지만, 역시 마케팅의 승리가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 ㅠㅜ 독일소설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이름에 대한 압박감이 심한 작품이었다.

 

 

 

 

02

 

<에브리맨>

 

보통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언젠간 죽는다>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노년은 전투이고, 늙음은 우리에게 온갖 즐거움을 앗아가면서도, 즐거움을 바라는 마음은 남겨두고, 대신 온갖 고통을 안긴다."

 

참으로 잔인한 말인데, 사실이다. 이 책은 한 남자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여줌으로써 노년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만 하고, 끝내야만 하는 인간의 여러 감정들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86P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프로는 그냥 일어서서 일을 하러 간다." - 그러고 보니, 이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 어디서 나온 말인가?! 했더니, <에브리맨>에서 언급된 말이었더랬지;;

 

 

23P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 빠졌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 책을 읽으면 늙으면서 상실하게 되는 그 무엇인가를 씁쓸하게 바라보는 저자와 독자의 묘한 감정만이 남는데, 그럼에도 보고 나면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갑자기

득도를 한 기분으로 생불(生佛)이 되어가는 부작용을 한 이틀 정도 겪을지 모른다.

 

생불(生佛)의 흔적으로... 요즘 드는 생각 하나.

 

...죽으면 끝인데, 왜 이러고 있나-_-. 그래서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버리고 있다. 이젠 읽지 않는 누런 만화책 하나. 맞지 않아서 입을 수 없지만, 욕심에 갖고 있던 옷 하나. 책장도 비웠다. 팔고 내다 버리고, 사용빈도가 낮은 아이템도 버렸다. 아, 속이 시원하다.

 

 

 

 

03

 

<싱글맨>

 

 

<싱글맨>에 나오는 주인공은 동성애자로, 연인을 교통사고로 잃었으며, 홀로 넓은 집에서 하루하루를 상실감과 두려움으로 벅차게 살고 있는 인물이다. 주인공은 이웃들에게 불편한 존재이지만, 이웃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 이상 그와 엮이거나 또는 말을 걸며 관심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내 상관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인다. 여기서 동성애자를 대하는 이웃들의 한 가지 규칙을 엿볼 수 있다.

 

Don’t Ask, Don’t Tell (DADT)

성정체성에 대해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뜻이 포함돼 있는 문구인데, 개인적으로 이것이 미국인들이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이없게도 나는 <싱글맨>을 읽고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바로 DADT였다. 아마도 올해 연초에 한참 열을 올리며 보았던 군관련 자료 속에, 미군의 DADT관련 기사가 꽤나 강렬했었나 보다.

 

그동안 미군은 개인의 성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도록 하는 ‘묻지도, 밝히지도 말라’(DADT:Don’t Ask, Don’t Tell) 법을 시행했고, 이 법을 어기는 장병은 강제 전역 조치를 당해왔었다. 그런데 얼마전 미군에서 DADT 법이 18년 만에 해제되었다고 한다. 성정체성이 다른 이들을 차별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싱글맨>의 주인공이 살아가던 60년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성정체성이 다른 이들을 대하는 분위기가 꽤나 많은 부분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이 소설을 이야기할 때 영화 <싱글맨>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콜린퍼스 주연, 니콜라스 홀트와 같은 꽃미남 배우가 나와서 보게 된 영화는 아니지만 보고 나서 드는 쓸쓸함은 영화나 소설이나 똑같다.

 

그런데, 책은 영화보다 더 건조하다.

그리고 신랄하다.

 

58세의 조지는 아침의 시작을 죽음의 끝과 함께한다. 두려움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 통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 채로 꼼짝도 않는다 그는 신경질적이고 겁쟁이다. 젊음은 그를 초라하게 만들고 두렵게 한다.

 

 

 

04

 

<마더나이트>

 

 

아, 뭐 또...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로 가장한 미국 첩보원이었던 하워드 W. 캠벨 2세가 전쟁이 끝나고 16년이 지난 1961년 이스라엘 감옥에 전범재판을 받기 위해 갇혀 있는 동안에 쓴 고백록 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니까,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이라는 말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며, 이 소설의 특색이 한 번 마음에 안 들면 극복하기 힘든 장르 문학처럼 나에게 잘 맞는지를 잘 따져보고 봐야하는 소설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이 갖는 힘이 대단해서 핥듯이 봐야 제맛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가끔 나도 이 소설의 무엇이 좋았다고 말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라, 그냥 읽어보고 각자 느낀대로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소설의 캐릭터가 가진 설정에서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들과 극명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묘한 입장들은 웃기지는 않지만, 헛웃음이 나오게 하는 자학적인 면이 존재한다.

 

어떤 후기에선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비틀림과 같다고 표현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05

 

<인문학으로 콩갈다>

 

 

유명한 그 분... 박웅현님의 이름이 거론돼 있어서, 저자가 박웅현인 줄 알고 사게 된 책이다.

(ㅜㅡ  알라딘에서 표지만 보고 지른 사람의 말로임;;;)

 

이 책을 읽으면서 세 번의 놀라움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박웅현의 딸이 쓴 책이라 해서 놀랐고, 두 번째는 그래도 내심 기대했던 도입 부분이 상투적이고 밋밋한 글들이어서, 그 식상함을  놀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엔 읽을 만한 책을 써낸 저자의 내공에 놀랐다.

 

어린 나이의 저자가 갖고 있는 인문학적 깊이와 견해가 이 책의 매력 포인트이다.

 

분명, 저자는 "이런 길을 걷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겠지만(아니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겠지만...) 역시, 매우 일반인에 가까운 나 같은 사람에겐, 쉽게 공감이 안 가는 특수한 상황들과 중상층이 아니라면 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 삐죽삐죽하게, 또는 울퉁불퉁하게 나와 있어서인지 끝내 고개는 끄덕이지만, 마음은 가라앉는 느낌의 책이다.

 

뭐;; 좋은 부모 밑에서 본인의 의지로 참 잘 자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건 좋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조금은 씁쓸한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이고, 앞으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본다면, Tip이 될 만한 것들도 있어서... 딱히 유익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그런 책인 것도 같다...(무슨 소리인지;; ㅋㅋ)

 

그냥, 휘리릭~  보면 재미있는 책이다. 역시 긍정의 힘은 대단한가 보다.;;;

 

 

 

 

 

06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관계에 대한 이야기

 

기억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재생이라기보다는 창조적인 재구성 행위다.

 

107P

"우리는 자신이 보는 것으로 다른 이들을 판단하고, 자신이 느끼는 것으로 스스로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언제 자신이 진짜 생각과 느낌을 숨기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겉모습이 그들의 감정을 전부 알려준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런 얘기다. 나는 대단히 예민하고 복잡하며 겉으로 보이는 것과 같지 않지만, 너는 예측 가능하고 읽어내기 쉬운 존재임 ^-^.

 

 

페르난두 페소아 曰

 

"다른 사람의 존재를 진정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리가

타고난 거짓말쟁이라도, 이것은 생존을 위해 서로를 속이는 행위들이며, 사회 속 관계에서 생겨나는 거짓말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깊이 다루어봐야 한다.

 

 

-자기 기만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최고의 거짓말쟁이는 자신의 거짓말을 믿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상사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상사에게 말함으로써 망설이거나, 확신이 부족하다거나, 충성스럽지 못하다는 인식을 피한다. 이것을 가장 잘하는 이들이 승진된다.

 

 

이라크 전쟁의 이면에 숨겨진 후세인의 자기기만.

 

후세인은 정말로 미국이 진지하게 침공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것은 그가 멍청하다거나 성급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후세인은 당시 자신의 측근들에게서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을 들었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았다. 실제로 이라크를 둘러싼 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쇼핑과 광고에 관한 이야기

 

-광고가 하는 일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할 '상징적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서덜랜드는 말했다. 쇼핑은 물질적 만족을 얻기 위함이라고 추종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알면서도 그리고 기꺼이 정신적, 정서적으로 속임을 당하기 위해 돈을 낸다.

 

<낭만적 윤리와 현대 소비주의 정신>에서 사회학자 콜린 캠벨은 소비가 단순한 획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상상의 나른한 즐거움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의 확신을 의심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착각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웃겼던 문장 하나.

 

"뇌는 신체 용적의 아주 작은 부분을 이루지만 에너지의 5분의 1을 먹어치운다. 어쩌면 뇌는 대단히 위험한 사치품으로 보일 수도 있다 " (<-헐, 참신한 표현! 천잰데?!)

 

 

 

 

07

 

<서양미술사>

 

유명한 미술사 책인만큼 재미가 있다. 하지만 속도가 안 나간다. 워낙 두꺼워서 읽는데 곤욕이었다. 풍부한 예시와 딱딱하지 않은 설명이 강점이고,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친절히 만든 책이기에 풍부한 도록과 설명이 지루할 틈이 없다.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신비에 싸인 기원
002. 영원을 위한 미술
003. 위대한 각성
004. 아름다움의 세계
005. 세계의 정복자들
006. 기로에 선 미술
007. 동방의 미술
008. 혼돈기의 서양 미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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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원시시대부터 이어져온 미술의 맥락을 짚어주면서, 어떤 영향을 받아서 어떻게 다른 시대로 재해석이 되었는지 알게 해준다. 그래서 밋밋했던 원시부족의 그림들이 달리 보이는 효과를 준다.(대단하다) 그림 보는 기준을 잘 잡아주는 책이다.

 

 

 

-이제 미술관 가면 그래도 어떤 식으로 그림을 봐야겠다! 라는 가이드 라인은 스스로 세울 수는 있겠지;;;; 설마, -_- 이대로 잊어버리진 않겠지;;;;

 

 

 ++

 

 

- <본다는 것의 의미>란 책을 출근길에 잃어버렸다 OTL 보다가 만 책이라 딱히 쓸 말도 없고, ㅜㅡ 그렇다고 안 쓰기엔 너무 억울하고.... 그래서 목록에라도 넣자는 의지(?)로 이렇게 써본다... "-_- 언젠가는 다 읽을 수 있겠지, 뭐..."

 

 

-추천 팟캐스트 방송! <이동진의 빨간 책방>


유명한 (얼굴까지 알려진) 이동진님의 책방송. (뭐,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매우 잘나가는 방송이지만, 혹시나 놓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주행 해보시길!) 책에 대한 고품격(?) 소개뿐만이 아니라 흑임자 김중혁 작가님과 이동진 님의 만담 같은 대화들이 이 방송의 마력. 위즈덤 하우스 홈페이지에서 MP3를 다운 받을 수도 있고 어플을 이용해서 스마트폰으로 들을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알라딘에서 <쉐프>라는 책을 주문했는데, 5일이 지나도 책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나서 알라딘에 문의를 한 결과 주문한 책이 일시 품절이 돼서 12월 5일이 지나서야 발송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나온 지 꽤나 지나버린 이 책이 왜 갑자기 품절이 된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과연....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언급했기 때문이리라. 무섭다;;; 뭐, 나도 이동진 님과 흑임자님이 언급한 그 소설은 대체 무어란 말이냐!! 하며 책을 구매했으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재고를 털어가고도 남았을 것 같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책들을 소개해 주었으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