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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통증연대기,베르나르베르베르상상력사전,1F/B1일층지하일층,역사속 사라진직업들,그남자의자동차

 

책- 통증연대기,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1F/B1 일층 지하 일층,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들,그 남자의 자동차

 

-책도 안 읽고, 미드도 안 보고, 영화도 안 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요즘. 정말 쓰기 싫어서 징징거리다가... 의무감에 쓰게 된 책리뷰... 누가 나에게 힘을 좀...

 

 

01

통증연대기

 

 

"지금 당신은 뭘하고 있습니까?"

"아프고 있습니다. 선생님."

 

이게 바로, 이 책을 쓴 작가의 상태이고, 통증에 대한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기대했던 통증의 역사보다는 작가 개인의 통증에 대한 에피소드가 더 강한 책이다. 인류에게 있어서 통증이 어떤 의미였고, 그것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체계적으로 다루었다기보다는 다소 뒤죽박죽 개인사 + 통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서술한 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냥, 한 마디로 내 기대에 만족 못했던 면이 많았다.이 정도 두께의 책이라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다양한 자료와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가지지 못했다. 아쉽게도 ㅠㅠ

 

 

아프다는 것에 대해서.

 

"질병은 가난 못지 않은 실패다."

 

"통증의 한 가지 저주는 통증이 없는 사람에게 거짓말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말하길 통증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통증이 '머릿속을 꽉 채우'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통증 환자에 대한 농담

 

환자는 의사를 찾아간다. 그러자 의사가 말한다. "내가 마법사라도 되는 줄 아시오?" 라며 손을 내젓는다. 환자는 이번에 마법사를 찾아간다. 마법사 왈 "내가 의사라도 되는 줄 아시오?"

의학이 실패했다고 해서 대체 의학의 신뢰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의사는 대부분 정상적인 사람이지만 환자는 삶이 파탄 난 사람들이다. 환자는 의사들게 "저에게 반복 긴장 증후군이 발병했어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제 삶은 끝장났습니다.'라고 말한다.

 

기막힌 설명이다.

 

 

 

 

 

02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어, 음. 우선 작가의 지식에 감탄하게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엿보인다. 역시, 소설가는 많이 아는 만큼 보여줄 꺼리도 많은 건가 보다.


근데, 그게 다였다. 지식과 지혜는 다른 분야고, 지식과 스토리(이야깃거리)도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좀 묘하다. 분명 작가의 이름값이 있어서 잘 팔렸을 것 같은데, 읽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재미있는 주제들도 많고 메모해 놓고 싶은 글귀도 많았다. 단순 지식과 이야깃거리(스토리)의 사이에서 묘하게 서 있는 책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책 제목이 상상력 사전인 만큼.

사전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얘기.

 

 

-재미있었던 문구들.

 

 

"바보들의 결탁"

-> 어떤 진정한 천재가 이 세상에 나타났음은 바보들이 단결해서 그에 맞서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사랑"

-> 그대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하나가 될 것이다. 사랑의 결핍이 그대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By 어떤 리얼리스트.

 

 

"타고난 어리석음"

-> 우리가 인간과 컴퓨터가 지능에 있어서 동등한 존재로 여길 수 있으려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컴퓨터들이 출현하는 날이 와야 할 것이다.

 

 

"무기"

-> 사랑을 검으로 삼고, 유머를 방패로 삼으라.

 

 

 

 

03

1F/B1 일층 지하 일층

 

이야기꾼. 스토리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작가.기발한 상상력과 쇼맨쉽 같은 글재주가 있다.

 

평범한 일상을 묘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재주가 있네!

 

굉장히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재미에 충실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독특한 단편 영화를 본 듯하다. 가끔 내가 상상하던 이상한 현상들을 글로 표현한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제일 좋았던 에피소드는 스노우 보드를 타고 돌아다니며, 도시 구석구석을 묘사한 이야기인

C1+y = :[8]:  <-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목이 저 따위다.

 

C1+y <- CITY 즉 도시를 뜻한다.

:[8]: <- 스케이트 보드의 모양.

 

: 스케이트 보드의 바퀴가 아스팔트를 구르며 달린다. 모든 골목과 골목이 이어져서 미로와 대로의 구분이 모호하고,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또다른 풍경이 이어진다. 작가는 그 풍경들을 눈에 보일 듯이 잘 표현했다.

 

 

도시 속의 '보드 빈터'가 주는 의미.

 

"우연히 낙서를 쫓다가 발견한 도시 속 빈터는 정글 같았다.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신선한 공간." <- 왠지 모르지만 이 단락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어릴 적, 한여름이 떠오르는 문구여서 그런가?

 

음,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 잠깐 동안 전북 이리시에서 자랐고, 달동네에서 살았던 적도 있다. 내 유년 시절의 대부분은 도시의 아파트 전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인지 도시 속에 존재하는 버려진 빈터를 자주 눈여겨 보는 버릇이 있다. 소설에서 도시의 빈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격하게 공감을 안 할 수 없었다.

 

 

김중혁 작가의 유머 한자락.

 

부모님은 묻는다. "결혼은 언제할 거니?" -> 안 할 겁니다. "교수는 될 수 있는 거니?" ->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그게. 간절한 질문과 공허한 대답이 계속될 게 틀림없었다.

 

 

"여기 보드빈터는 누가 만든 거야?"

"몰라요, 여러 가지 소문이 있는데, 확실한 건 서울시에서 만들어 준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 밖의 단편.

 

-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내용: 주인공의 이름은 2021394200이다. 2021394200은 한 시간 후에 2021394199로 바뀐다.그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한시간마다 줄어 있다, 손목시계엔 그 숫자가 떠 있는데, 그것이 그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그는 킬러다. 그리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소녀를 만난다. <- 이런 설정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나오는 정해진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마야 사람들의 삶과 닮아있어서 신기했다. 마야의 별점: 마야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생일에 따라서 장차 그 아이가 겪게 될 일들을 예측해서 적은 특별한 책력을 줬다. 죽는 날은 언제라고 적혀있고, 심지어 언제 결혼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자세하게 적었다ㅡ  누구나 그 내용을 외우게 되고, 스스로 그것을 읊조림으로써 자신의 삶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게 된다.

 

 

 

 

04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


직업= 밥벌이

발벌이= 지겨운 것

 

아무리 예쁘게 포장을 해도 밥벌이는 지겹다. 이런 공식으로 생각해 보면 이 책에 소개된 역사속의 지겨운 밥벌이를 동정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20세기 이전의 인간의 밥벌이는 혹독했다. 나는 그저 현대에 태어나서 감사할 따름이다.

 

밥벌이에 대해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다음과 같다. '죽을 때까지 내 밥벌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데, 그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고 두렵다' 내 몸이 죽어서 관속에 들어가거나, 또는 화장될 때까지 나는 쉬지 않고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이 진리와도 같은 얘기는 소름끼친다. 어떻게 사는 내내 밥벌이만 하다가 죽는 게 인간의 운명이란 말인가!!

 

음...내가 꿈꿔왔던 직업은 없는 것 같다. 솔직히 우리 세대가 배운 것은 희망에 관한 것들로 가득했다. "너의 꿈을 펼쳐봐.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 이렇게 꿈처럼 달콤한, 과잉된 긍정을 되뇌면서 자랐다.

 

하지만 저런 정신머리로 사회에 나왔을 땐 현실은 달랐다,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꿈과 이상과는 다른 노동의 세계뿐이었다. 노동이란 육체가 하는 일이다..... 이건 도저히 긍정의 힘으로 극복이 안 되는 분야다.

 

누가 나에게 직업에 대한 낭만적 꿈을 꾸게 했는가?! 일을 일로써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나는 요즘, 그걸 느끼고 있다.

 

잘못된 긍정의 힘과 밥벌이에 대한 환상이 유행처럼 된 것 같다. 노동이란 것은 솔직히 즐거움이 될 수 없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일해야 덜 피곤하다. 그렇다고 일이 100퍼센트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 95퍼센트쯤 나쁜 것 같다.

 

 

 

상상할 수 있는가?

예전 유럽에는 이런 직업들이 있었다.

 

이동변소꾼

공중화장실이 없던 시대에 예를 들어 박람회나 시장에서 공중화장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특징: 긴 외투. 양동이 2개, 지독한 냄새

 

오줌 세탁부

독자적인 세제를 제조한 고대 로마의 세탁부 및 마전(생피륙을 삶거나 빨아 햇볕에 말리는 일)직능조합 사람들. 특징: 상처 난 다리.

 

촛불관리인

가스등이 발명되기 이전에 극장에 필요했던 직업. 촛불관리인은 공연 도중 조명용 양초에서 그을음이 과도하게 나지 않도록 수시로 심지를 청소하거나 잘라냈다.

특징: 심지 가위, 심지 집게

 

넝마주의

자원 재활용을 위해 헌 옷, 쇠붙이, 뼈, 폐지를 수집하는 사람

특징: 넝마를 집어넣을 마차, 큰 목소리, 종이나 피리

 

숯쟁이

나무를 구워 숯을 만드는 사람

특징: 검게 탄 얼굴. 숲의 외진 곳에서 살았다.

 

모래장수

모래를 채굴하여 실내용 모래로 파는 일용직 노동자

특징: 폐결핵, 붉게 충혈된 눈, 손수레에 실린 모래 자루.

 

지하관우편배달부

지하 압축공기관을 통한 우편배달을 담당한 사람

특징: 깨끗한 옷

 

 

 

 

 

05

그 남자의 자동차

 

이 책은 <윤광준의 생활명품>을 떠올리게 한다.

 

명차가 왜 명차인지를 철저하게 객관성을 배제하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명품이 '명품'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와 명품차에 대한 찬가를 그린 거라고 본다.

 

"명차를 결정짓는 가치는 단순히 값이 비싸거나 오래 되었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쉽게 타협하지 않고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가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렇다. 포커스가 자신과의 싸움에 맞추어져 있는 명품들은 스스로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애쓴다. 그게 곧 브랜드 가치와 연결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자고로 명품이란, 남들이 신경쓰지 않는 쓸데없는 것까지도 케어하는 자들에게 불려지는 이름이다. 뭐,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나, 사람 참 별나구만. 이럴 정도의 말을 듣는 기업이나 사람이라면, 매우 까다로운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는 말이고 이는 곧,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그게 바로 명품과 명품이 아닌 것을 구분짓는 기준이 된다.

 

원래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어떤 이유를 가진 디자인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풍겨나온다. 작가는 말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정답이 없다고, 그 대신 삶의 스펙트럼이 다양할수록 멋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이다.

 

브랜드를 소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기능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역시 차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소비하는 것이다. 근데, 그건 자동차뿐만이 아니라 옷, 시계, 액세서리, 가방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하면 이것이다. 명품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변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명품이다. 그리고 나도 명품이 좋다. 그저, 내가 돈이 없기 때문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좋은 것을 알아보는 인간의 눈은 똑같다. 그러나 누누히 말하는 거지만, 개인의 건널 수 없는 취향의 강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아무리 명품이라도 나에겐 좋지만, 남에겐 넝마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