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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기 앞의 생, 종말의 바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 자기 앞의 생, 종말의 바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정확히 따지고 보면, 7- 8월에 읽은 책들이다. ...할 말은 많지만, 그냥 안 하는 걸로.......ㅡㅠ

 

 

 

01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늙음과 죽음, 그리고 상실. 작가는 그것이 바로 "자기 앞의 生"이라고 말한다. 충만한 젊음도, 반짝이는 생도, 영원할 것 같은 시간들도, 자연스럽게 소멸하고 인간은 늙고 병들어 죽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生을 잃어가는 고통 속에 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은 일들을 알게 되고, 어른이 되어버리는 것. 생이 파괴되는 과정은 곧, 상실을 의미한다. 사실, 책을 읽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 모든 슬픔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내 앞에 놓여진 삶의 전부라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뜨겁게 사랑하며 생을 이어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책에서 가장 아픈 문구들은- 역시 늙음과 상실에 관한 것들이었다.

 

-매일 아침, 나는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는 것을 보면 행복했다. 나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마 없이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 겁이 났다.

 

-열다섯 살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를 비교하다보면 속이 상해서 배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생이 그녀를 파괴한 것이다.

 

-사회보장제도에서 나오는 연금이 있다 해도 그 역시 돈 없고 찾아오는 사람 없는 노인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인데 말이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눈물은 아니고, 늙어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눈물이었다. 노인들은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할 수가 없다.

 

 

 

덧,

 

작가의 죽음 이후에 밝혀진 사실 하나.

음...이 책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익명으로 낸 작품이라고 한다.

 

 

 


 

 

02

<종말의 바보>

 

음...언제부턴가 생각이 많아지고, 쓸데없이 우울해지는 '불안병'을 앓게 되었다. 우선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을 생각하며 괴로워하다 지치게 되는 이 병은 약도 없는 불치병이다. 증상 완화를 위해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하고, 전문 의사도 만나 봐야 한다.

 

근데, 나는 병원이 싫고,  생판 모르던 의사를 만나 감정을 호소하며, 그 상대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싶지 않다. 의사도 사람인데, 얼마나 싫겠는가;;;; 공교롭게도 이렇게 상태가 메롱할 때 읽은 책이 바로 <종말의 바보>였다.

 

소행성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종말을 앞두고 벌어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단편 소설인데, 뭔가 극적인 설정이지만 읽는 내내 현실감 제로인 이상한 소설이었고... 그래서 그냥저냥 쉬엄쉬엄.... 음... 시간을 때우며 한가롭게 볼 만한 책이다.

 

 

-산다는 건... 과연?

 

 

내용: 소행성 충돌을 앞두고, 종말을 기다리는 바보 아버지. 마지막 복수를 다짐하는 형제, 가족 모두가 죽고 혼자 남아, 운명의 상대를 기다려 보는 소녀. 종말을 앞두고 덜컥 생겨버린 아기. 소행성이 와도 묵묵히 체육관에 다니는 강철의 킥복서. 피를 나눈 형제 자매가 아니지만 서로를 가족이라 부르는 사람들. 그리고 지구의 마지막을 기다리며 망루를 만드는 노인. 정말 짧은 단편들 속에서 저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마지막을 기다린다.

 

뭐, 마지막이 있기 때문에 삶이 더 선명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단지 소설에서 그려지는 종말이 현실감이 없어서 문제이지만.... 결과적으로 내일 당장 종말이 찾아오건, 10년 후에 오건,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냥 살아지는 게 맞는 것 같다.

 

 

 

덧,

 

지극히 일본스럽다. 소설은 일본인 특유의 정서로 해석되어 있다. 군데군데 보여지는 아기자기한 설정과 대사들은 독특한 단편영화의 분위기와도 비슷하다.

 

 

 

 

덧,

 

가끔 하루하루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며 찌질찌질 지내다 보면, "우와!! 헐! 너무 바빠^_^"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먼 미래의 행복이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그렇게 토나오게 바쁜 하루를 보낸 시간이 의외로 기가 막히게 상쾌(?)할 때가 있다. 딱! 그러할 때, 부패되지 않은 <신선한 냉동코너>에 놓인 고기가 된 기분이다-_-. 즐겁다.

 

 

 

 

 

 

 

 

 

03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언젠가 김정운 교수가 TV에 나와서 땀을 흘리며 열변을 토하는(?) 강의를 본 적이 있다. 거 참, 말 잘하시네... 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그냥 주저앉아 봤었다. 이 책은 그때 그 TV강연을 글로 풀어놓은 일종의 TEXT 버전이다. (아니, 그러니까 TV강의가 이 책의 압축된 ZIP버전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책을 읽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TV강의를 보는 게 좋다는 말이다.)

 

사실, 대한민국 남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이딴 제목은... 음, 뭐... 미끼상품이고, 근본적으로 왜 우울하고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에 대한 김정운 교수 나름의 결론이다.

 

 

-내 존재는 내가 좋아하는 일, 재미있어 하는 일로 확인되어야 한다.

 

음... 굉장히 좋은 말이다-_-. 회사에서 개인적인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지 않은가. 행복하면 죄의식을 느끼고 재미있으면 불안해지는 개인들이 한국 사회의 문제다.  회사에서 잠시 딴 생각하며, 쉬고 일어나도 뭔가 죄책감을 느낀다.

심지어 주말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찝찝해 한다. 이런 감정들은 서둘러 버리는 게 좋다.

 

 

-지금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하루에 도대체 몇 번 감탄하는가다.

 

그리고 재미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자신이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서 감탄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말이 맞다.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 행복하다."  

 

 

 

 

 

덧,

 

 

*그런 의미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하나 나열해 본다.

 

 

1. 출출한 저녁 시간 (두둑한 지갑 필수)

2. 선선한 날씨에 (일부러) 선풍기 틀고 오들오들 떨면서 이불을 덮는다.

3. 네스프레소 한 잔과 우유 대박~ 넣고 죽음을 부르는 시럽을 듬뿍~ 훠이훠이한다.

4. 사회 비판이 쩌는 아이돌 노래들으며 필이 충만한 상태로 더기춤을 추며 걷는다.

5. 치킨이라든가 치킨 같은 거나 혹은 치킨을 먹는다.

6. 공연장가서 혼자 구석에서 설렌다.

 

 

 

 

 

 

 

 

 

04

<붕어빵에도 족보가있다.>

 

 

우선 제목이 우습다.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고기만두 대신 절에서 만든 찐빵.

 

-일본에서 만든 서양식 찐빵은 단팥빵.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산물인 건빵.

 

-고대 로마의 동그랑땡이 프랑스의 크로켓을 거쳐 일본을 통과한 다음, 한국식으로 재탄생된 고로케.

 

-신에게 바친 특별한 음식 순대.

 

-6세기 귀족이 먹었던 순대국.

 

-실크로드 따라온 중앙아시아의 빵 호떡

 

-김밥의 원형은 김에 싼 주먹밥.

 

-대박을 부른 냉면 불량품 쫄면. 쉽게 말해 공장에서 실수로 생긴 불량품이란 소리.

 

-의사 켈로그가 만든 땅콩버터.

 

-양고기 국물로 만든 과자 양갱.

 

등등등.

 

궁금한가? 그럼 서점가서 읽든지, 도서관가서 빌려보자. 아니면, 친구에게 빌리자. 솔직히 사서 보기엔 뭐한 책인 건 맞다. (나란 닝겐... 왜 때문에 이걸... 샀나...)

 

 


-짧은 감상으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던 책들 :

-달려라 토끼, 아빠의 여름방학, 눈물,  제나라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아.... 정말.... 나에게 이러지 마.... 7월과 8월에 걸쳐서 읽은 책의 대부분이 실패....;;; 그동안 책장에서 썩어가던 책을 그만 읽고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선뜻 손이 안 가는 책들도 읽기 시작한 결과가 이거다...... ㅡㅠ

 

 

 

01

달려라 토끼.

아.. 그러니까 먹고 살 만한 중년 남자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방황은 알고 싶지 않다. (한 마디로 내 취향이 아님)

 

 

02

아빠의여름방학

아, 이젠 이런 책들도 막 들어오는구나 싶었다. 일본 서적이 무분별하게 번역돼서 들어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음... 이런 책도 오퍼넣고, 보증부수 주고 가지고 오는구나....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영양가 없는 인터넷 소설인 줄 알았다.

 

 

 

03

제나라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기대와 현실이 달라, 재미를 못 느꼈던 책이다.

우선, 나의 예상을 뒤엎은 책이란 점에선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취향이 아니어서 남길 리뷰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중국에 대한 나의 지식이 부족하여, 재미를 못 느낀 것 같다. (나란 사람.... 하아..)

 

 

 

04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분명, 나는 추리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근데, 그 중에서도 이런 류의 소설은 정말 싫어하는 편이다. 일상 미스터리? ㅡㅠ 사건도 별로 와 닿지 않는데 용의자가 너무 많고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도 답답하다. 질식하는 줄 알았다...... 숨막힌다....

 

 


 

덧,

 

9월에 읽고 있는 책은 다 대박이다. 어쩜 이리도 내 취향일까.... 역시, 사람은 생겨먹은 대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걸 봐야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