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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의 모든 것의 역사:교과서인듯 교과서아닌 교과서같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

 

 

 

"화학적으로 볼 때 생명체는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약간의 칼슘, 소량의 황, 그리고 다른 평범한 원소들이 조금씩만 있으면 된다. 동네 약국에서 찾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다." 

 

뜻밖의, 예상 밖의, 의외의, 책.

 

(((((우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빌브라이슨 작가의 책))))

제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뭐지.. 읽기도 전에 벌써 교양인이 된 것 같은....이 책의 정체는....??"

 

이 책은 분명 고차원적이고, 철학적이며 그러면서도 매우 유머러스한 그런 책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음..... 혹시 대학 교양과목에서 생명과학, 또는 일반화학, 그러니까 지구를 테마로 한 과학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필수로 들어야 하는 거 말이다.) 이 책이 어떤 느낌이냐면, 바로 그런 강의를 듣고 있는 (영혼이 빠져 나간) 새내기와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너도 울고 나도 울고. 교수님도 울게 되는 교양 과학.

 

사실, 나는 빌브라이슨 작가를 좋아한다. 웬만하면 그의 책은 특유의 블랙유머와 마르지 않는 지식의 샘처럼 흘러나오는 새로운 정보들로 가득하다. 약간의 경지에 오른 듯한 그의 철학적 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점도 매우 좋다.

 

그런데 이 책은 쓰여진 목적과 참고 문헌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과학에 흥미를 가지지 못한 사람에겐 깊은 숙면을 선사하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아침부터 (노숙하며)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 입구 앞에서 뙤약볕에 고통 받으며 읽었다. 이 책이 아니면 내겐 그 긴 시간을 버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다 읽을 수밖에... 막다른 골목에 몰린 느낌으로 읽다보니 약간의 두통과 갈증을 동반한 환상까지 볼 뻔했다.

 

 

감성이 풍부한 인문학(소설이나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을 사지 말고 빌려보길 권한다. (아예 안 보는 방법도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매우 잠이 잘 온다.

 

 


 

MEMO

 

 

약 46억년 전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지름이 약 240억 킬로미터 정도인 거대한 기체와 먼지 덩어리의 소용돌이가 뭉쳐지기 시작했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질량의 99.9퍼센트는 함께 뭉쳐져서 태양이 되었다. 그리고 남아서 떠돌던 물질들 중에서 아주 가까이 있던 두 개의 아주 작은 알갱이들이 정전기 힘에 의해서 합쳐졌다. 그것이 우리 행성이 잉태되는 순간이었다.

 

 

셰익스피어와 메이플라워호에 오른 청교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신의 존재를 결정한 사람들의 결합에 참여한 선조의 수는 16,384명에 이르게 된다. 20대를 올라가면, 당신의 출생에 기여한 사람의 수는 1,048,576명이 된다. 그보다 5세대를 더 올라가면 무려 33,554,432명의 남자와 여자가 헌신적으로 결합한 덕분에 당신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가 사촌이나 삼촌이 아니라 별 수 없이 당신의 직계 선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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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분위기의 글들이 99.9999%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역사를 위와 같은 식으로 훑어볼 수 있게 된다. 단, 졸지만 않으면 말이다.

 

 

 

 

 

덧,

 

 

 

요즘 책을 안 읽는다. 미드를 다시 보기 시작해서 책을 볼 시간도 없고, 재탕하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라 리뷰를 쓸 것도 없다. 뭔가 홀가분하면서도 찜찜한 강박증이 생긴다.

 

 

역시 덕질의 최고봉은 팬질이다.

(음?? 아무튼, 마지막은 항상 팬질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