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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키 일상의 여백, 악당의 명언 : 시답잖은 이야기들.

 

<하루키 일상의 여백>

 

 

 

이 책에는 하루키의 얼굴이 군데군데 등장한다.

 

개와 함께 있는 하루키.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하루키.

고양이 꼬리를 만지는 하루키.

 

또는 동물 사진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버몬트 집오리. 라마. 고양이. 개. 강기슭의 오리새끼....알파카...뒤로 갈수록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테마는 한 마디로 시답잖은 이야기다. 먹기 자기 놀기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안달해 봤자 기껏해야 이것이 인생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하루키의 에세이는 쉽게 읽히고 가볍게 머물다 사라진다. 큰 뜻을 가지고 일상에 대한 에세이를 낸다기 보단, 작가 본인을 위한 글쓰기인 것 같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것은 기억에도 안 남는다."

 

사실, 웬만한 수필, 그리고 여행기에선 기록에 관한 철학이 빠지지 않는다. 결국 작가들이 남긴 책은 "기록의 완성본"이기도 하고, 우선 기록을 통한 삶의 관찰이 선행되어야만 책을 낼 수가 있다.

 

기록은 즉, 관찰이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 그에게 글쓰기와 마라톤, 그리고 산책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가 보다.

 

 

 

마라톤을 하는 육체파(?) 작가

하루키의 작업 철학에 대해서.

 

 

몸을 단련하는 것은, 뇌를 단련하는 것과 비등하다. 우리가 공부라고 말하는 단어의 한자는 [功夫]. 중국말로 쿵후다. 즉, 머리를 쓰는 것도 몸의 단련에 가깝다. 우리는 뇌를 근육 단련하듯이 꾸준히 써줘야, 그것이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무식하게 한 가지 길만 파는 미친 놈을 당할 자는 없다.

 

그러고 보니, 한때 유행했던 핫요가를 꽤나 열심히 했던 적이 있다. 그때의 체력은 가히 대단해서, 뮤지컬을 보고 돌아온 새벽에 리뷰를 작성해서 올리고 방청소까지 하고 다음 날 출근을 했었다. 몸과 머리의 긴밀함을 몸소 깨닫게 된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건강한 신체에 맑은 정신은 맞다. 그런데 쓰레기 같은 몸이 자꾸 맑은 영혼을 담고자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친구님과 함께 걷기를 시작했다.

 

 

 

글쓰기에 관한 (내 나름대로)

감명을 받은 대화가 있다.

 

"글 쓰는 게 지칠 때가 있지 않나요?"

 

"중독자가 지치는 거 봤습니까?"

 

 

 

정답이네!!

 

 

 


 

 

<악당의 명언>

 

 

잠언집이다.

 

한 마디로 농축된 그 무엇인가를 손쉽게 섭취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구입을 하게 된 책이다.

 

그리고, 친구가 말했다.

 

"그걸 왜 샀어, 인터넷에 누가 악당의 명언 타이핑 쳐서 다 정리해놨던데."

 

Aㅏ.........

 

 

 

아.. 그렇구나......내가 또 이 구역의 호구가 되었구나..... 늘 그렇듯, 기대를 가지고 사서 실망을 하는 가장 큰 부류의 책이다.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물건을 그대로 파는 건 장사꾼이고, 사업가는 판타지를 판다."

 

키야~ 기가 막히게 이 책을 설명하고 있는 문구다. 이 책은 일종의 마케팅 승리다.

 

 

 

책메모

 

"누구나 열심히 하면 잘 산다는 이야기는 남들이 놀고 있어줘야 가능한 것이다."

 

"험난한 가시밭길도 저 좋으면 어쩔 수 없다. 좋다는데, 나는 구경이나 하자."

 

"질은 많은 양에서 비롯될 수 있다. 멋진 사진은 가장 많이 찍은 사람에게 나오며, 보이는 것은 버려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1등 악당에게는 근면, 성실이 필수 덕목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는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나쁜 책은 시간을 의미 없이 가게 하고, 좋은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며 위대한 책은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에는 대충, 이런 느낌적인 느낌 같은, 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덧,

 

아직도 리뷰가 밀려서 정리가 안 됐다. 이번 생은 글렀어요..... 다시 태어나도, 과연 다 정리할 수나 있을까.. 시무룩;;;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