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HER 그녀: 모든 것을 아웃소싱, 편지를 대신 써주는 남자.

 

HER 2014

- 아웃소싱, 편지를 대필하는 남자 -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편지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다. 듣기만 해도 얼마나 이상한 직업인지, 상상이 안 간다.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 수고로움까지도 타인의 손을 빌리는 세상이라니. 일명 '아웃소싱의 세계'인 셈이다. 

특히,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은 비현실적인 비주얼이다. 그에 따른 직업 또한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럽다. 조만간 다가올 어느 미래, 편지조차 타인이 대필해주는 우스운 세상은 소통의 문제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런 밑밥을 깔고서, 감독은 "사만다"라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대화하는 남자를 만들어 낸다. 웃긴 세상에 우스꽝스러운 남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남자는 사랑하던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산다, 그는 온갖 디지털 기계들에 둘러싸여 감성적인 모습을 드러내지만 공허할 뿐이다. 

사람만을 향했던 감정이 "사람 같은 기계"를 향한다. 가짜를 보고 진짜라고 느낀다. 인간이 얼마나 이상한 존재인지 여기서 알 수 있다. 허상을 믿게 되면, 그것이 실제한다고 믿는다. 

그 느낌을 "존재"로 착각한다. 

그래서 영화의 색감은 따스하지만, 차가운 감성이 흐른다. 인공지능 컴퓨터인 사만다를 향한 그의 애정은 어찌할 도리가 없고, 그래서 공허하다.

영화 장면 중에 주인공을 두고 "너는 반은 남자고 반은 여자야."라는 대사가 있다. 그렇다. 이 남자는 매우 섬세하고 자신을 채워줄 누군가를 갈구하고 있다. 감독은 그 모습이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글쎄, 어차피 인간은 혼자다. 그 외로움과 공허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관계는 위태로워진다.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보내는 것이 인생이고 사람의 관계다. 

 

덧, 

 

도시의 불빛, 보여지는 비주얼의 화려함과 기가 막힌 연출이 따지고 보면, 별거 없는 스토리에 활력을 준다. 색과 심리는 가깝다. 따뜻한 색감은 편한함을 주고, 차가운 색은 긴장감을 드러낸다. 영화 HER의 색감과 심리 묘사는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