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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 :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드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11화 리뷰.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드네..."

그렇다, 쓰레기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듣고있던 이들도 정신이 번쩍했다. '이제야'라는 말은 쓰레기의 혼란을 종식시켰다.

 

칠봉이의 '병신 같이 뺏길 수도 있어요.' 라는 말은 이제 모든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고,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중반을 달리고 있는 응사가 이제야, 본 궤도에 올랐다.훤히 보이는 쓰레기 포지션의 변화. 집을 나옴으로써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그만큼 감수해야 하는 것이 있다.

 

분명 그동안 쓰레기는 나정이에 대한 감정을 말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보여주고 있었다.내내 숨겨졌던 그의 행동이 말로서 봉인해제된 것이 내심 아쉽지만, 그렇다고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더 안쓰럽다.

 

 

11화에서 일화와 동일은 쓰레기를 사윗감 후보로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뻔히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뒤로 물러나서 애먼 물병만 만지작거리는 모습과는 대비되게 그려진, 빙그레와 칠봉이의 위치는 분명 쓰레기에겐 부러운 자리였을 것이다. 씁쓸하게 뒤에 서 있는 쓰레기는 "자신이 나정의 상대로 생각되지 않는 그 상황의 의미"를-,그걸 잘 알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 매우 복잡한 캐릭터가 되었다.

 

"나는 나정이 만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이것만 봐도, 나정에게 다가서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쓰레기가 짠내를 넘어 염전밭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되는 것도 제작진이 숨겨놓은 복선들과 인물들의 대사를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이제 쓰레기의 맘고생이 시작될 것 같다.

 

 

게다가, 해태가 얘기해준 쓰레기의 본심도 나정은 그냥 넘긴다. 아니, 알아채지 못한다.마치 쓰레기가 나정이를 좋아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고 단정했던 것처럼 나정이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쓰레게에게 자신감이 없다. 좋아하지만, 보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도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불안감을 보여준다. 한결같고 올곧은 캐릭터인 성나정이지만, 쓰레기에게만큼은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그 마음을 헤아리고 있지 않다. 각자의 입장에서 직구를 날리지만 홈런을 맞기도 하고, 볼처리 당하기도 한다.

 

관계는 변하고 있고- 이제 쓰레기가 마운드에 올라섰다. 그동안 우리는 쓰레기라는 무적의 캐릭터가 본게임을 시작하면 게임이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게임은 좀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분명, 나정이에게 있어서 쓰레기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정과 쓰레기의 관계는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런 대체 불가능한 두 사람의 역사를 뒤엎을 만한 정당성을 가진 이가 딱히 없다는 이유에서 나레기 커플을 밀어본다. 쓰레기는 매우 아픈 캐릭터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응원하게 되는 건 쓰레기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요즘 너무 엇갈리는 나레기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포텐을 뒤에서 터뜨려주지 않을 거면, 제작진은 낚시질을 그만해야 한다. 칠봉이로 가려면 좀더 일찍 쓰레기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은 줄였어야 했다. 나정의 남편이 쓰레기라면, 칠봉이를 끼워넣은 삼각관계의 줄다리기를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

 

나정과 쓰레기의 유대감이 과연 정리가 가능한 수준의 것인가?를 생각해 볼 때, 더더욱 제작진은 적절한 사랑의 타이밍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다들 하는 얘기가 있지 않은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동안 ㅠㅠ 쓰레기가 답답해서 피운 담배와 들이마신 맥주가 몇 병인가! 초조하게 잡던 볼펜과 복잡한 심정으로 나정이 방의 불을 꺼주던 그 모든 신호들이 헛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란 쓰레기 힘내라. 내가 많이 응원한다. ㅜ.ㅜ


 

덧,

 

레알 본방으로 달리면서 이렇게 리뷰를 많이 써보긴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