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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 16-17회 리뷰 :쓰레기의 청혼을 리추얼하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 16-17회 리뷰 :

쓰레기의 청혼을 리추얼하기.

 

 

<응답하라 1994>의 연애는 90년대, 우리가 들던 유행가만큼이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드라마는 청춘의 감성을, 당신이 지내온 세월의 조각들을, 향수를 건드린다. 그래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감동한다. 개인적으로 같은 90년대를 공유한 스스로의 추억에 감사한다.

 

"내가 변하고, 나로 인해 상대방이 변하고, 사랑하지만 불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뜨겁게 사랑한다."<응답하라 1994>의 사랑 방식은  재고 따지고 빙빙 돌리지 않는다. 나정이도 윤진이도 쓰레기도 삼천포도 좀처럼 돌려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빙그레와 다이다이의 사랑도 정면승부다.

 

여느 드라마에서 나오는 오해와 밀당, 그리고 사소한 어긋남으로 인한 감정 소모 같은 것을 배제한다. 우리는 사랑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그러니, 마음껏 사랑하자.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하라, 청춘이여."

 

그 사랑이 어떤 종착역을 맞이하든, 당신의 삶을 풍족하게 할 것이다.

 

 

사랑 두려움, 그리고 그 남자의 프러포즈.

 

세상에는 여러 갈래의 말이, 다른 모습의 사랑 표현이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에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와 결혼해 주세요."

 

쓰레기는 말한다. "오빠한테.... 시집 올래?" "오빠와..... 결혼해 주세요."

 

화려한 고백도 잘생긴 남자 주인공의 멋진 대사도, 준비된 퍼포먼스도 없다. 이제 내가, 너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의미의 간절함. 같이 살면 불안하지 않겠지, 라고 말할 정도로

쓰레기는 나정이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져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그것이 두려움으로 드러난다.

 

잃고 싶지 않을수록, 사랑할수록 커지는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을 향한 정면승부.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의 힘. 쪽방 같은 좁은 병원 휴게실에서 담담히 마음을 담는다. 바로 이런 감성 때문에 나는 쓰레기의 프러포즈를 리추얼하며, 곱씹는다.

 

나레기는 병신미 커플 VS 달콤한 로맨스의 갭이

설렘의 포인트이다.

 

응사는 반드시 선병맛 커플케미가 나오고, 뒤에 그것을 뒤엎는 강한 한방의 로맨스 펀치를 날린다. 꺼꾸리 따위를 생일 선물로 주는 멋대가리 없는 병신미를 선보인 쓰레기가 극의 중반에는 진정성을 담은 눈물을 흘리며 프러포즈를 주고 받는다. 코믹할 땐 확실하게 웃기고, 진지할 땐 무섭게 변한다. <- 이게 이 커플의 매력이다.

 

이 차이점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정우와 고아라 ㅠㅠ의 연기가 돋보이는 이유다.  

두 배우에겐 이래저래 <응답하라 1994>는 인생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덧,

 

 

응사가 한드에 던지는 새로운 바람.

 

미국 유료 케이블 방송국인 HBO의 신작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봐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제 TVN 신원호 PD의 드라마도 닥치고 봐야하는, 그러니까 하나의 브랜드가 돼 가고 있다. 공중파에선 할 수 없는 참신한 도전과 물량 공세로 이래저래 2013년은 TVN의 한해였던 것 같다. CJ가 설탕 공장이라고 놀림을 받긴 해도, 엄연한 대기업이고 엔터쪽에서 발휘하는 힘은 견고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그럴 낌새를 보이더니만 이젠,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센스까지 갖춘 걸 보니 역시 젊은 방송국의 패기는 남다르다.

 

 

예능 출신의 작가와 PD의 드라마

 

이것이 다른 것 같다. 상황의 디테일이나 재미를 살리는 포인트는 TV예능에선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민감하게 상황을 컨트롤하고, 그 속에서 스토리를 뽑아내는 작업을 해왔던 예능 작가의 드라마는 그래서 남다른 것 같다.


그리고, 뭘 좀 아는 신PD다. 연출의 디테일이나 설렘 포인트 해석이 무서운 사람이다.

아마도 대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여느 드라마 대본보다 상황에 대한, 또는 장면에 대한 설정이나 묘사가 훨씬 더 치밀하고 계산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배우들의 조합: 새로운 실험.

 

케이블이기에 가능했던 캐스팅, 이것이야말로 신의 한수. <응답하라 1997>로 이미 한 번의 도전으로 결과를 내놨다. 칼자루를 쥔 쪽은 제작진이다. 이름 좀 있는 스타를 기용해야지만, 제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중파와는 다르게 갈 수 있다는 소리다. 그만큼 소신있게 작품에 맞는 배우를 찾아나섰고, 정우와 고아라를 우리는 쓰레기와 성나정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정우와 고아라.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이건 한 마디로,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의 승리다.

 

생각도 못한 일을 벌이는 것. 그것이 바로 차별화를 만들어 가는 기초가 된다.


 

덧,

 

이제 남은 4회분량도 레전드 만들어 주시길!! ㅠㅠㅠㅠㅠㅠㅠ

명동 프리허그 한 번 갑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