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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조경란-혀/그림에, 마음을 놓다/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등.


1. 조경란의 [혀]





역시, 책은 남들의 평가 따윈 다 소용이 없다. 그냥, 내가 좋으면 그게 좋은 소설이다. 며칠 전에 읽은 조경란의 [혀]라는 소설은 읽으면서 이렇게 인간이 가진 감각에 대해, 맛깔나게 다룬 소설이 실로 오랜만이어서 즐거웠다.

미각, 그 중에서도 입속의 혀를 통해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참으로 감각적이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요리사는 끊임없이 헤어진 애인에게 "뭐 먹고 싶은 거 없어?"라는 질문을 한다.
그녀에겐 "먹는 행위"는 만드는 것만큼 신성하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그를 위한  마지막 만찬인 "혀" 요리를 준비해 먹인다.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공인 "나"의 모든 이야기는 "혀"에서 나온다.

-주인공에겐 변심한 애인과, 얄밉도록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연적 이세연"이 있다.함께 살던 남자는 "내가" 꿈꿔왔던 주방을 다른 여자와 함께한다. 결국, 버려진 나에게 남은 건 요리뿐이다. 다시 돌아온 주방에서 나는 요리를 한다. 내가 바라던 키친과 생활은 이세연이 완벽하게 가져가버린다.

-나에겐 문주라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와인&푸드>라는 잡지의 편집장이다. 문주는 나의 애인이었던 남자와 "연적 이세연"을 잘 알고 있고, 심지어 그들이 만나게 되는 데 연관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문주는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와인&푸드>에 이세연과 헤어진 애인의 쿠킹 클래스 기사를 싣는다.

-나는 행복하게 웃으며, 흰바지에 청바지를 맞춰입고는 웃고 있는 '이세연과 그'의 사진을 보게 된다. 문주는 감추고 싶은 걸 들켜버린 사람처럼 불안하게 허둥거리다가 불쑥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고인다. 침묵이 흐른다. 

분명, 주인공에겐 상처를 다시 후벼파는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근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조금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사랑에 버려진 주인공이 마지막에 섬뜩하지만, 통쾌한 복수(만찬)을 준비하는데 꽤나 마음에 든다.



2. 이주은의 [그림에, 마음을 놓다]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

우선, 이 책은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진 않다. 그냥, 작가의 안내를 따라 읽다보면 그림 속에서 여러 메시지를 보게 된다. 작가는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상황을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여러 작품 속에서 읽어낸 지은이의 따뜻한 해석이다. 저녁에 바닥에 배를 깔고, 하하호호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듣는 느낌이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조지 벨로 [뎀지와 퍼포]라는 그림.



지은이는 말한다. 만일 스스로를 못난 사람으로 만드는 불청객들이 마음속에 버티고 있다면, 정말로 강펀치를 날려야 한다, 고. "내 마음속에서 썩 꺼져버려!!" 이 책에서 얻는 한 가지는 저 그림이다.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소리다...

 나는 저 그림을 보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빌어먹을, 거지 같아. 모두 다 꺼져 버려."





3. 내겐 너무 먼~ 책들.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금오신화,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그냥, 한 마디로 나완 안 맞는 책들이다. 살다 보면 사람도 그렇지만 책들도 참으로 나와 안 맞는 게 많다. 무턱대고 추천을 받아 읽을 게 아니다. 고르고 골라 잘 봐야지만 나와 꼭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면 좋은 게 서서히 없어진다고 하는데, 예전에 느꼈던 감동들이 많이 무뎌지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예전만큼 좋은 게 많이 없어진다. 열병 걸린 미친 여자처럼 광란의 밤을 보내지 않은 지 오래라;; 나름 예전이 더 좋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아무튼! 위의 책들은 읽고 나서 딱히 할 말이 없다;;; 그저, 나와는 안 맞아 우리 헤어졌어요;; 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고.

그냥 읽었다는 기억과 줄거리만이 머리에 남을 뿐, 내게 감명을 준 부분은 없었다. 그나마, 성석제 작가의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는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고 중간에 내 취향의 야야기가 있었지만, 역시나 끝까지 읽는데 고생 좀 했다. 뭔가, 묘하게 나랑 안 맞았다.

집에 붙어있을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카페로 쫓겨나가  내내 책만 읽다가 왔는데, 눈만 아프고 소득도 없고 꿀꿀할 뿐이고. 뭐 그렇다. 역시 나에겐 드라마, 판타지, 시대극, 이런 게 맞다. 특히, 비극적인 로맨스가 들어가면 더 좋고. 그 밖에도 감동을 잘 받으니 성장 드라마나, 회고록도 좋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결론은 웬만하면 다 좋은 여자란 말;;; 나는 흔한 여자니까;;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