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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스미스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베티 스미스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해. 그러면 이 세상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추악해도 살아 갈 수 있을 거야.



1

-성장 소설-에 대해서.

반드시 청소년만 읽어야 합니다, 라고 책에 경고문 같은 게 붙어 있지 않은데도, 왠지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조금은 마음이 꽁기해진다. 그렇다고 -내 나이가 지금 몇 인데, 성장 소설이라니...-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꼬박꼬박 나이를 먹고 있는 스스로에게 애잔함과 서운함 같은 걸 느끼게 된다.

아...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슬프다... 아쉽다... 에잇! 이게 뭐야!! 이럴 때 읽으면 좋은 게 오히려 성장소설이 아닐까... 8월 초 내내, 회사에 출근하는 길을 함께 했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이 책은 첫 문장부터 마음에 쏙 들었고, 소설의 마지막 줄을 읽는 순간까지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빈곤했던 청소년 시절을 보내서인지, 또는 힘들게 학자금을 받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밥벌이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던 시절을 보내서인지,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추억과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분명, 중학교, 고등학교 때 힘들었을 텐데도, 기억해 보면 꽤나 아름답게 포장이 돼 있는 그 시절이 있다. 대학교 시절도 마찬가지. 솔직히 대학생다운 대학시절을 보내지도 못했고, 항상 집, 학교, 집, 학교만을 오갔을 뿐이며, 대학친구들 또한 변변치 않았다. 여대의 특성상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내 생활 하기에도 바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뭐야~...] 정확히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_-


2.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은 뉴욕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브루클린 빈민가에 살고 있는 놀란 가족의 이야기이며, 첫 째 딸 프랜시와 아들 닐리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부한 상상력과 지혜로 풀어나간다.

다만, 소설에서 빈민가 출신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말투, 또는 사물에 대한 표현들이 눈에 약간 거슬리긴 했다. 예를 들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프랜시의 어머니가 -자기 몫의 커피를 그대로 버리는 프랜시를 나무라는 사람들에게 프랜시를 두둔하며 말하는 대사가 있다.

"프랜시 역시 식사 때 마다 커피를 한 컵씩 마실 권리가 있어, 설사 프랜시가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버리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게 뭐겠어? 우리 같은 사람이 가끔 뭔가를 낭비하면서 부자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ㅡ 먹을 것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는 것도 좋은 일이잖아?"

위의 내용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하! 저런 사고 방식도 있다니. 참으로 신선하네. 하지만 저런 생각을 하는 빈곤층이 과연 있을까?' 먹고 살기 바쁘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의 언어치고는 지나치게 정리돼 있는 말투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들과 아름답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나까지 즐거워지는 책이다.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프랜시의 추억 하나.

-"일주일 내내 갈망하던, 비상구 계단에 앉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왔다. 프랜시는 비상구에 조그만 깔개를 깔아 놓은 다음, 침실에 있던 베개를 가져와 난간에 기대놓았다. 다행히 얼음상자에 얼음이 남아 있었다. 프랜시는 작은 얼음 조각 하나를 집어서 물컵에 넣었다. 그리고 금이 가긴 했지만 앙증맞게 예쁜 파란 그릇에는 페퍼민트 향내가 향긋한 사탕을 담았다. 아침에 산 사탕이었다. 프랜시는 얼음이 담신 물컵과 사탕이 담긴 그릇과 책 한 권을 창문턱에 올려놓고는 비상구로 기어올라갔다."-

프랜시가 느끼는 삶의 충만함과 아름다움을 공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대추천! 사회인, 아줌마, 아저씨들이 보아도 좋을 성장 소설이다. 빨간머리 앤을 재미있게 보았다면, 이 책도한 그러할 것이다.

청소년 권장도서라고 해서 꼭 청소년만 읽으라는 법, 마지막으로 [손도끼] [나비] 등 등. 또 다른 성장 소설도 추천하겠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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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요즘들어, 밝고 아름다운 걸 의식적으로 찾게 되는데.... 아무래도 '애나 죽이러 다니는 뮤지컬'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기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