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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밤마실

2017.04.14 : 부산 여행


부산여행 04.14 - 04.15



인생의 진리: 저렴한 고퀄은 없지만, 비싼 저퀄은 있다.


부산을 즐기는 방법 > 해운대 암소갈비를 가지 않는다 -_-

-가격대비 서비스가 매우 불친절하며, 그 가격에 비해 맛도 그닥.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서, 애써 꾸역꾸역 길치 두 명이서 땀을 흘리며 찾아갔으나, 별 감흥도 없었고, 맛도 별로였다.




이번 여행의 타깃은 바다였고,

그냥 솔직히 말하자면, 돈을 탕진하러 간 거라서 리뷰를 남길 일정 따위 없다.




일하기 싫은 나머지 책상에 앉아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다가 선택한 회피성 여행임을 밝힌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와도 혐생의 고통은 이어지기 때문에, 업무는 계속된다. 휴가입니다,라는 한 마디가 나오지 않아서 (걸으면서) 바로 메일 확인하고 답변하고 뭐, 그런 거다. 



광풍 크리티컬



보라, 지구 멸망할 것 같은 저 날씨를....

맑은 하늘 + 쾌적한 온도 + 살랑이는 바람은 여행의 기본이다. 시속으로 계산될 법한 칼바람말고 살랑이는 바람이 절실히 필요했다.


여행의 질을 높이는 쾌적한 바람 대신 돌풍에 가까운 모래 바람으로 얼굴 싸대기 맞아가며 돌아다닌 결과, 눈이 침침해져 시력이 하락한 느낌이다. 


진심 앞이 안 보였다.



머리카락이 중력을 무시하고, 자꾸 가로로 나부꼈다;;;

아무튼 바닷가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한산함을 지독히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여행도 반절의 성공이라 여겨본다.



이 여행의 시작과 결론....


> 한동안 계속 징징거렸는데, 그것이 다시 찾아온 번아웃으로 진단 내리기까지 약 6개월이 필요했다. 사실상 작년 퇴사와 동시에 입사를 겪으면서 기적적으로, 바닥난 자원을 태워서 버틴 것 같다. 근 10년을 쉬지도 못하고 노예처럼 일만한 것이 한이 된다.


> 그래서 그냥 인정한다. 난 번아웃이 되었고

죄책감 없이 충분히 빈둥거리기로 결정했다. 최선을 다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호텔과 편의점 과자



이러려고 부산까지 왔나, 라는 자조섞인 후기가 나오는 이유는 사실상, 굳이 부산까지 안 갔어도 될 일정이었기 때문. 


전국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편의점 까까를 부산 호텔에서 먹는 느낌을 아는가? 굳이 설명을 덧붙이면 똑같은 까까지만, 펜션에서 먹을 때와 호텔에서 먹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다.


역시 까까는 호텔에서 먹는 게 최고라는 소리다(뭔가, 부의 상징 같지 않은가? -_-) 내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은 깨끗한 상태의 호텔에서 마음껏 쾌적하게 누울 권리는 여행의 참맛이다. 여기에 편의점 까까를 더하면, 사실 로컬 맛집 따위 필요하지 않다. 



조선 웨스틴 호텔과 바다



모래 사장 위에 아름답게 자리 잡은 호텔이다. 해운대 어딜 가도 저 호텔의 존재감에 놀라게 된다.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부산을 왜 가냐고 묻는다면, 단연 바다 때문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바다를 빼면 그다지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닌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여느 대한민국의 대도시들이 갖고 있는 (소름돋게 특색 없는) 외형의 체인점들로 점령돼 있고, 숙박은 비싼 편이며, 맛집의 가격도 깡패다. 


뭐 그래서, 이번 여행이 별로였다는 얘기는 또 아니다. 좋았지만 욕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핫한 부산 야경



홍콩 야경 못지 않다고 해서, 눼?라고 답했다.

저게 다 아파트란다. 남의 집 불켜 놓은 걸 공짜로 구경하다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저 많은 세대수가 꽉꽉 들어찬 걸 보니, 확실히 이 나라에 부자가 많은가 보다.


아무튼, 마린시티 야경은 젖은 미역줄기 냄새와 함께 시작된다. 바닷가 냄새보다 좀더 고약하다. 또한 커플들이 많은 걸 보니, 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여겨진다. 미리 알았다면 안 갔을 텐데.... -_-.




아시아 최대! 세계 최대 수준의 쇼핑몰을 가 보았다.

막상 가서 세계 최대 규모의 3분의 1도 못 돌아다니고 포기했다.


보자마자 타임스퀘어가 떠오른다. (일부러 서울 타임스퀘어와 비슷하게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설마..) 좀더 상상력이 들어간 쇼핑몰을 응원합니다.....)




기찻길



신발을 뚫고 들어오는 돌맹이 공격. 지압 효과 짱이다.



뭔가, 살인이 일어날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당시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중간에 커플이 요청한 사진을 혼신의 힘으로 찍어주고, 중2병스러운 생각을 했다.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수록 위험한 새벽 감성이 올라오기 마련. 결국 이렇게 살다가 죽어야지 라는 결론과 함께,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까? 아픈 거 싫은데.... 라는 생각도 했다.


아..., 쓸데없고 부질없는 잡생각을 여행 내내 했던 것 같다.

뭐가 됐든, 돈만 있으면 되는 것을 -_-. 생각 따위도 부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