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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책 - 런던통신 1931-1935, 성경말씀대로 살아본 1년, 퍼펙트 스톰.



11월책 - 런던통신 1931-1935, 성경말씀대로 살아본 1년, 퍼펙트 스톰.


11월은 책이 뒤죽박죽 돼서,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사태가 되고 말았다... 애매한 시기에 겹쳐진 책들은 과감하게 패스.... 나름 재미있었던 것만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01

런던통신 1931-1935
작가: 버트런드 러셀
출판사: 사회평론



작가 버트런드 러셀에 대해서.

꽤나 두꺼운 이 책은 러셀이 59세의 나이에 썼다고 한다. 80년의 시대를 뛰어넘는 빛나는 통찰력이 가득한 책이다. 러셀은 영국의 전시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1918년에 넉 달 반 동안 수감되었다고 한다. 또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문필가이며 논리적이고 정확한 문장의 대가였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 대해서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이 책은 읽고 느끼면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당장 알라딘에 달려가 작가의 다른 책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주제를 뛰어난 통찰력으로 풀어주는 작가의 이야기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계속해서 생각나는 것들.
본문 중에서.



146P

우리가 가구를 사면서 생각하는 것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대부분 자기 표현의 필요성을 느끼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이런 목적을 달성하고자 취하는 수단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의 사고와 감정 속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개성은 그 핵심이 너무 희미하고 눈에 보이지 않기에 완벽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톨스토이는 결혼 피로연을 여는 신혼부부 한 쌍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파티가 끝나자 두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정확하게 똑같은 파티를 치렀다는 사실을 서로 축하했다.



184P

우리는 사고 싶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엄청난 양의 시간과 돈과 두뇌가 구매 저항을 극복하는 데, 다시 말해 죄 없는 사람을 꼬드겨서 가지고 싶지도 않았던 물건을 사면서 돈을 낭비하게 만드는 데 동원됐다. 이런 현상은 경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데서 기인한다.

예전 사람들은 먹기 위해 빵을 굽는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굽기 위해 빵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191P

기대하는 마음이란.

결혼을 하는 신랑 신부는 이제부터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두 사람의 의무라는 얘기를 듣는다. 사랑이란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의지로 통제할 수도 없고 따라서 의무의 영역에 넣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비극이 존재한다.


207P

매우 경솔한 인간 분류법.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내 사고 방식으로는) 최악은
몇 가지 노골적인 꼬리표를 붙여 모든 사람을 일일이 분류하는 짓이다.

누군가에게는 '음악적'이란 꼬리표가, 누군가에게는 '문학적'이라는 꼬리표가, 누군가에게는 '개를 좋아한다'란 꼬리표를 계속 붙이고 꼬리표를 단 사람을 만나면 누구든 즐거워할 거라고 기대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 어려움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을 어떤 범주에 집어넣는 방식이나, 이들이 저마다 자신하는 직관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





02

성경말씀대로 살아본 1년 上 下
저자: AJ 제이콥스
출판사: 세종서적 



비둘기와 접촉하는 것을 매우 꺼리는 뉴요커 'AJ 제이콥스'1년 동안 성경 말씀 대로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그의 아내에겐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1년의 서막은 수염을 기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유대인 집안에서 그다지 유대인스럽지 않던 작가가 구약의 말씀을 따르고, 더 나아가 신약을 공부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한 성경 탐험이 재밌어 보이지만 어딘가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는 1년을 '테러리스트처럼 수염을 기른 채' 지낸다.

다양한 주제가 나오는데 나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안식일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우연히 화장실에 갇힌 주인공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정한 안식과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진정한 안식일의 의미를 갇힘으로써 깨달은 그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요즘 들어 개인적인 안식의 기간을 찾고 있는 나에게도 조금의 힌트가 되었다.

먹지 않고, 일하지 않고, 생각도 버리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내 나름대로는 뇌를 리셋하는 시간을 바라는 요즈음.. 화장실에 갇힐 필요가 있을 듯싶다...(.. )

아무튼, 이 책의 마지막장엔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구내식당 기독교라는 말이다.

이는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온건파 기독교인을 조롱하듯 지징할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그 뜻인 즉,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성경구절을 골라서 지킨다는 것이다. 자비나 배려 등 편한 것만 골라서 적절히 이용하고, 동성애 금기 계율 같은 건 나 몰라라 한다고.

작가는 1년 동안 구약과 신약을 왔다 갔다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 듯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구내식당 종교를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설사 골라서 지킨다 해도 문제될 게 없다. 구내 식당에서도 아주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문제는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비종교인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종교는 있다. 나에게 종교는 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취미활동인데,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건설적인 계획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모두 종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요즘은 본격적으로 진짜 종교를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굳이 종교를 가지고 싶다면 불교나, 성당에 다니고 싶기도 하다. 음... 불교가 괜찮을도? 자주 듣는 정목 스님의 라디오 방송인 <마음으로 듣는 음악>을 들으면 불교도 꽤나 괜찮을 것 같다...







03
퍼펙트 스톰
저자: 세바스찬 융거
출판사: 승산



이 책은 작가 세바스찬 융거의 WAR를 읽고 보기로 마음을 먹은 책이다. 하지만 절판돼서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던 와중에, 회사 선배가 친히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어서 보게 되었다.작가 치밀함이 엿보이는 소설이다.


바다에 나간 여섯 명의 어부가 사라졌다.

완벽한 폭풍.
기상학적인 의미로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최악의 폭풍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작가는 사라진 어부들의 이야기를 살려내고 싶어했다. 여기에서, 세바스찬 융거의 특기인 관찰이 이 작품에서도 돋보인다. 그는 추측이 난무하는 이야기를 쓰지 않기 위해 비슷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듣고 안드레아 게일 호에 탔던 여섯 명의 어부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심정은 어떠했을 것인지를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이게 이 소설의 힘이다.

모든 대화는 살아남은 사람들과의 기록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무전기로 오간 대화를 그대로 실었다. 여섯 명의 어부의 가족들의 증언과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토대로 완벽한 소설을 탄생시켰다.

어부들의 삶과, 바다를 모르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표현들이 한가득하다.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는 설명 부분이 있지만,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강렬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따로 영화를 찾아서 봐야겠다. 그의 소설이 어떻게 영상화 되었는지를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