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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BIG ISSUE: 큰 흐름의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


BIG ISSUE


큰 흐름의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

사당역 3번-4번 출구 사잇길에 웬 남자 한 분이 서계신다. 목에는 BIG ISSUE ID 카드를 걸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줍에 내미는 잡지 한 권.

가격은 3천원.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따뜻한 기사들과 노련한 글들이 가득한 잡지. 단지 기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에 벅찬 감동이 온다.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게 그렇듯, 이 잡지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쓸쓸하다.홈리스, 그들의 사연을 다루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이 잡지에 존재한다.

빅이슈는 노숙자들이 파는 잡지이다.

노숙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두 가지다. 동정 또는 불쾌감. 서울역에서 자리를 잡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노숙자들에 대한 적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밀리고 밀려나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가여운 자들을 향한 동정의 시선도 공존한다.

"거리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 건강, 존엄성을 지키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잡지 빅이슈는 노숙자들 본인의 손으로 잡지를 팔며 노동의 대가를 가져가게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지원을 펼치고 있다. 몇 년 전엔가, TV에서 빅이슈 잡지를 팔며 스스로 돈을 벌어 보금자리를 꿈꾸는 노숙자를 본 기억이 있다. 설마, 내가 이 잡지를 파는 분을 사당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나란 인간은 잘 돌아다니지 않아서 행동반경이 한정적이다. 그래서 내 행동 반경 안에 한 번은 만나 보고 싶었던 빅이슈가 보이자, 심하게 비뚤삐뚤 웃었던 것도 같다.

사당에 빅이슈 판매자님이 보이면 나는 괜스레 멋쩍게 웃으며 다가서는데, 이게 소심 종자인 나에겐 굉장한 도전(?)과도 같다...아무튼, 내 등 뒤로 쏟아지는 관심의 눈초리를 이겨내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무리에서 이탈해서 잡지를 덜렁 사면....뜨거운 시선이 따라온다;;) 돈과 잡지를 교환한다. 그리고는 빠르게 인사를 건네고는 전력질주.....

구세군 냄비에 돈 넣는 일과 빅이슈를 사는 일은...  내게 어색한 발걸음과 경련하는 입꼬리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막상 사고 나면 뭐, 정기 구독처럼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재능기부에 대해서.

재능이 있어야, 나눌 수도 있는데... 사람이 줄 수 있는 게... 솔직히 물질적인 돈밖에 없다...그렇다고 내가 돈이 많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재능에 비해 돈을 주고 도와주는 것이 현실적이다.

글, 사진, 의상협찬, 번역, 스타일링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한다. 분명 멋진 일이다. 돈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부분을 케어할 수 있다.

앞으로 매달 잡지 구입해서 친구들에게도 나누어주고, 나도 읽고 그래야겠다. 이런 잉여력도 재능기부라고 스스로 그렇게 부르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