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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TV)

영화- 휴가(2008) 니시지마 히데토시


휴가 (2008)

감독: 카도이 하지메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코바야시 카오루.

내용: 3년 만의 사형 집행을 하게 된 교도소. 모두가 사형 집행을 은연 중에 꺼리는 가운데
주인공은 결혼을 앞두고, 휴가를 받기 위해 사형집행을 자진해서 요청하게 된다.
(하루 사형 집행에 참가를 하면 7일의 휴가를 받는다.) 
전 남편을 잃고 아이가 있는 여성과의 초혼을 앞둔 한 남자의 새로운 인생과
삶을 마치게 되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가 묘하게 교차된다. 
또한 특이한 점은 이 영화에서는 사형수의 정확한 죄목이 밝혀지지 않는다.
굉장히 담담하고 메마른 시선으로 사형을 집행하기까지의 상황만을 보여준다. 
 


죽음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이 영화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사형 집행자와 사형수.
전혀 다른 공간의 두 사람을 보여주며 삶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우리는 흔히 죄값을 치른다는 말에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지게 된다. 분노, 연민, 슬픔....
죄값을 받는 자를 향해 분노를 드러낼 수도 있고, 슬픔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형수는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사형 집행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표정은 분명, 삶에 대한 묘한 아쉬움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물 한 잔을 마시고, 유서에는 결국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한다.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에서 읽은 것인데,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
나치 수용소에 갇혔다가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지옥 같은 생활 속에서도 감정을 가지고 살았다.

휴가에 나오는 사형수 또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그 죽음이라는 것을 막연히 생각하며,
감정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그 작은 삶의 희망이 타인에 의해 꺼져버린다.

강간, 살인을 저지른 연쇄 살인범을 보면 나는 사형을 찬성하게 된다.
난 아직도 유영철이나 조두순 같은 사람은 살아봤자, 타인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를 보면 그런 그들에게도 삶이란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죄질에 따라 갱생의 여지가 있다면 사형보다는 사회적 포용이 필요하다고 생각도 하지만...
문제는 그 판단을 누가 하느냐? 이다.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판단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 갇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형수가 운동을 나가는 시간에서조차 철창에 갇힌 하늘을 봐야 하는 점이었다.
뭔가 강제로 제한되어진 자유와 억압이 담담하고 강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갇힌다는 건 타인과의 소통도 단절된다는 의미이다.
사형수는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의 면회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아마도 여동생은 사형집행일을 알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지만
상황상 미리 사형일을 알고 차마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형수가 죽고 나서 비어있는 방이 나오는데,
그것과 대비되게 사형을 집행했던 주인공의 새로운 인생이 그림처럼 흘러서 조금은 씁쓸했다.

*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연기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역할에 맞게 계산하면서 연기를 한다고 하는데, 전혀 인위적이지 않게 배역을 그려내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 주로 메마르고 비틀리고 변태적인? 역을 많이 해서인지 요즘 드라마에서
코믹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나름 신선해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