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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TV)

도깨비 : 첫사랑이었다.

 

도깨비의 첫사랑.

 

 

900년 이상, 죽기 위해 떠돌던 외롭던 (아재라 불리는) 사내의 첫사랑이란다. 그의 인생에 없었던 충격과 공포를 안겨줄 치명적 사랑인 것이다. 철없는 십대의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여러 문학에서 많이 회자돼 왔다. 첫사랑 = 고개를 절레절레. 그러한, 처음으로 앓게 되는 열병 같은 첫사랑을 도깨비가, 한단다. 얼마나 작정하고 만든 설정이란 말인가.

 

비주얼적으로 공유의 중후함과 김고은의 청량함은 부딪힌다. 동시에 '도깨비'와 '신부'라는 설정 안에서는 꽤, 귀여운 커플이다. 이런 조합, 처음이다. 전생의 기억이 없는 저승사자의 순애보도 기대된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남주에게 갔을 엄청한 설정 폭탄이 서브에게 투하된 것이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서브남 챙기기도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도깨비의 첫사랑에서 게임은 끝났다. 이미 이 도깨비는 가슴 아픈 사랑을 해봤을 법한 비주얼이다. 으레 기대하게 되는 로맨스의 흐름은 '첫사랑'의 풋풋함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9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사랑에 빠져보지 못한 사내가 도깨비 신부를 만나, 콩깍지가 씌이는 장면은 놀랍다.

 

[꼭 봐야 할 무릇, 첫사랑이라면 이러해야 한다는 연출]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