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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TV)

응답하라 1988 - 김정환 헌정 리뷰.

내가 본 그 소년, 김정환.

 

충격의 18화는 제목 그대로 한 소년의 첫사랑에 마침표를 던져주며 시청자에게 그 끝을 알렸다. 물론, 나도 멋지게 안녕을 고한 소년의 그 시절 그 마음에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끝이 나버렸다. 예뻤지만 너무 슬프지 않았던 굿바이 첫사랑.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만약에... 라는 말은 이제 필요 없다. 사랑은 미완성된 채로 한 소년의 성장과 함께 끝나버렸다. 소녀의 응답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소년의 첫사랑은 온전히 그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18화의 고백 후, 펼쳐지는 소년의 숨겨진 플래시백 이야기.

 

1988년 덕선이의 올림픽 피켓걸 연습이 한창이었던 무더운 여름. 커튼 사이로 삐죽이 나온 소년의 미소는 이미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다. 그로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소년의 설레던 첫사랑의 시작이 사실은 수학여행 이전이었다는 사실 하나가 밝혀졌다.

 

그래서일까, 1988년 경주 수학여행의 그 가을 밤,

주황 가로등 불빛 사이로 내보인 소년의 당황과 설렘은 더 아련하고 아프다.

 

 

그렇다면 김정환은 덕선이를 얼마나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것일까? 정환이는 그 수많은 고민과 망설임과 자책 속에서 어떤 밤들을 보냈던 걸까? 정환이의 인생에서 그 시절의 친구들과 덕선이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시청자는 정환이를 향한 무수한 궁금증이 생겨나버렸다.

 

 

쌍문동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던 소년의 다른 모습들, 아픈 형을 대신해서 꿈을 꾸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위했던, 억울한 친구를 위해 주먹을 날렸으며, 부모님을 깊이 사랑했던, 어쩌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외로웠을지 모를 정환이의 첫사랑은 시청자들만이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었다.

 

소녀의 응답을 받지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응답했다.

소년은 성장했고, 멋진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첫사랑을 끝으로 응답하라 1988은 더 이상 정환이의 근황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소년의 사랑은 쌍문동 골목길에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세월이 흐르고, 2015년 현대씬을 통해서 쌍문동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직간접적으로 알렸지만, 유독 정환이의 소식만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절의 정환이밖에 모른다.

 

작가와 감독이 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가 선우의 결혼식에 중위가 된 모습을 끝으로,

영원히 18세 소년의 첫사랑을 간직하게 되었다.

 

어쩌면 제작진은 ‘김정환’의 첫사랑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며, 소녀를 향한 소년의 푸르고 뜨거웠던, 그렇지만 미완돼버린 아련함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낯간지럽고 쑥스럽지만 이 리뷰는 김정환 헌정 리뷰이므로 마지막 한 마디를 써본다.

 

 

“사랑하는 정환아,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너.”

 

 

 

 

 

덧,

내 인생 남주는 바로 너다. 라고 외쳐본다.

 

덧덧,

정환이 짤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