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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_기상 기록

Note 22 프로 퇴사자




01 물려받은 버버리




아버지가 오래된 버버리를(30년 이상) 주셨다. 

세탁했지만, 세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갖고만 있기엔, 아까운 버버리. 입어보리라.

부산까지 내려 보내, 기어코 세월의 흔적(황변)을 지웠다. 


지금 내 나이 때, 어머니가 입었던 옷이다.

어리고 예쁘셨던 어머니를 떠올릴 때가 있다. 

딸자식의 철이 몹시 늦게 들어서,

죄송할 따름이다. 


오래되어서, 더 좋고. 

의미가 있어서, 더 예쁘다. 


버버리를 입고 가족 여행갈 예정이다. 






02 딱 일년 만에 두 번째 퇴사.



돈이 없어도, 시간이 많으면 똔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프로 퇴사자가 되어간다.


좀 가난하게 살아도 

인간들 좀 안 보고 살고 싶다. 


눈치 보고, 외부 스케줄 맞추고, 비루한 짜투리 시간에

아등바등 안달하는 게 치쳤다.


이제 번역일하는 가난한 프리랜서다. 

여전히 을이지만, 그래도 혼자 일하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인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뭐라도 되겠지,라는 생각뿐이다. 


그냥 마음이 편하다. 




03 물건을 버리다가, 유일하게 산 것.


바로 방탄 앨범.


삶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와중에도, 

소유욕을 버릴 수 없는 카테고리는 팬심뿐이다.

분명 시간이 지나고 열정이 퇴색되면 쓸모 없어질 것인데,

지금 당장은, 손에 넣고 싶은 마음이라니. 



아무튼, 이번에도 지민이에게 고개를 끄덕끄덕. 

(너의 미모와 너의 노력에 박수를)

따로 리뷰 올릴 경황은 아니지만,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04 잡생각들



내 경우, 샤워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간헐적으로 나온다.

그 다음은 주로 걸을 때인데,

망상을 다양한 버전으로 리츄얼한다. 


굉장한 '소(牛)'과라서, 곱씹는 걸 즐긴다. 

변태 같지만 본 거 또 보고, 좋은 경험은 계속 씹고 뜯어서 아껴먹듯 기억한다. 


사실, 좀 두렵고 혼란스럽다. 

당장 뭐 먹고 살지, 싶다가도 그냥 일년만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여태 일했는데, 그것도 못 쉬나... 서글픈 생각도 든다. 


아무튼, 난 퇴사를 하고 넘치는 시간을 얻을 예정이다. 

벌써부터 '시간 부자'가 가져야 할 덕목을 그려본다. 

아무튼, 즐겁다. 돈은 아니지만 뭐가 되었든 부자가 된 거다.




05 방 구조 바꾸기


굳이 인테리어라 하지 않은 이유는, 비루한 감각과 취향 탓이다.

딱히 내세울 방의 모양새가 아니고, 나만 좋자고 이리저리 구조를 바꾸는 정도다. 

(소장한 400권의 책을 스캔하고 나니, 정말 방에 먼지가 적어졌다)



조카님에게 책상을 넘기고,

벽면을 페인트칠했다. 


작업 공간이 확보돼어 매우 만족한다. 




55인치 컴터 화면이다.

TV아니다.... 오로지 작업이나 팬질 동영상 볼 때만 키는 녀석이다. 


요즘은 작업할 때, 멜론에서 생전 듣지도 않던 클래식을 랜덤으로 

틀어 놓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하게 신나거나, 격하게 질질 짜는 노래는 안 된다.

'적당히'라는 걸 장착한 음악은 '피아노 클래식'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이미 뱃속을 사라진 과자. 입맛에 맞아서 사 먹고 있다.

그러고 보니 군것질보다는 제대로된 불량 식사를 더 선호한다;;;





06  돈돈돈돈



아이 러빗~ 돈, 넘나 좋은 것.

그 좋은 돈보다,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생각으로 퇴사를 했지만, 

여전히 돈은 넘나 좋은 것이며, 되도록이면 돈을 많이 쌓아 놓고 살고 싶다....

바래본다. 하는 일이 대박나서 돈 맛 좀 알고 싶다. 




07. 최후의 만찬




레어란다. 생고기인줄..... 사진을 찍어 보니 불이 스쳐지나 간 것 같다.

한 접시당 대략 5만원 가량 하는 거란다....


퇴사자가 나 혼자가 아니었던 터라,

송별회를 좀 거창하게 했다.




합정에서 가장 맛나게 먹었던 음식은 바로 연어와 찜닭.

퇴사 전에 법인 카드로 먹을 수 있는 진수성찬을 만끽했다.




08. 동전 바꾸기 



은행 가서 동전을 바꾸어 보았다. 작은 깡통에 3-4년은 모은 동전들이다. 




총 51000원을 받았다. 

짐이 줄어서 좋고, 공돈 생긴 기분이다. 


돌아가는 길에 (커피를 끊어서/ 너무 비싸기 때문) 두유를 하나 사 먹었다. 

아무튼, 평일 오후에 은행 가는 호사를 부렸다. 


씻고, 작업하고, 산책하고, 낮잠자다가 다시 일하는 생활 중이다.

한 일주일 정도는 친구네 회사에서 입력 알바도 했다. 

고맙게도 일거리를 알선해 주었다:) 





09. 퇴사자의 하루 


산책을 시작했다. 그런데 걷는 데, 3시간 걸린다. 

산행이라고 해두자. 



산책(행)하면서 보는 하늘... 사실 시간대 별로 변하는 걸 찍고 싶었다.

매일 3시간씩 걸으면 뭘 얻을 수 있을지 실험해 보겠다. 




^_^ 감기나 걸리지 않으면 다행......




10. 기계식 키보드!!





청축으로 구매했다. 게다가 무선!! 경쾌한 소리! 

이것만 있으면 작업 효율이 마법처럼 오를 것 같다는 

대책 없는 긍정적 사고가 샘솟는다. 약빨은 대략 일주일 예상한다. 


아무튼, 이래저래 쥐어짜듯 발악해도, 하루 작업 시간은 4시간을 넘지 못한다. 

게을러서 큰일이다. 목표는 6시간이다. 




11 게이밍 의자 구입


이젠 내가 무섭다. 백수 주제에 계속 소비만 하고 있다.

침구 세트도 주문..... 에라 모르겠다. 길바닥에 나앉진 않겠지. 






벌써 11월이다.

수능, 연말 시상식 소식이 들려오는 걸 보니

한 해가 다 지나간 게 맞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


1. 셀프 탈색 + 투톤 염색 

2. 사찰 탐방

3. 지리산 등반

4. 작은집 건축 


순서대로 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