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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뭐라도 되겠지. 타임 퀘이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윤광준의 생활명품, 가끔은 제정신 등.

3월책 -뭐라도 되겠지. 타임 퀘이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윤광준의 생활명품, 가끔은 제정신, 러셀의 세계사를 즐기다, 안녕하세요 고양이 씨.


 

사실 억지로 후기를 꼭 남기려는 이유는 내가 머리가 나빠서이다. 그나마 후기라도 적어야 본 것을 잊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기 때문. 역시 사람은 머리가 좋고 봐야 한다.

 

 

01

뭐라도 되겠지.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세상을 너그럽게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작가의 느긋한 시선. 인생의 비밀은 쓸데없는 것과 농담에 있다는 진리.

 

인생을 살면서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도는 시기가 꼭 있다. 낭비하고 낭비해도 시간은 줄지가 않는 것 같은 때. 바로 그때가 인생의 황금 포인트가 아닐까? 최고의 발명품들이나 기발한 생각은 빈둥거림에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낭비를 낭비로 느낀다면 곤란하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을 보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사람은 놀아야 머리가 잘 굴러가고 좋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모든 사람들이 "저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덜덜덜"이라고 말하는 도전을 해보는 것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한 번 제대로 병맛을 즐겨봐야, 얻을 수 있는 감성이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이 아트스트! 예술가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살짝 동조를 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02
타임 퀘이크

 

 

 

굉장히 묘한 장르에 속하는 책이다. 이걸 무어라 불러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의 전작들을 읽지 않고, 저자의 세계관과 사상이 깊이 스며든 이 최후의 소설을 읽어서인지 생소하고, 조금은 난해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발한 설정으로 출발하는 이야기는 상상력과 날카로운 통찰력 그리고 유머가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의 전작과 생애를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소설은 소화하기 부담스러운 전개를 펼친다.

 

그래서 나는 이 작가의 <갈라파고스>와 <고양이 요람>을 읽고 다시 한 번 더 이 작품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지금은 이 독특한 설정과 스토리가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채, 더욱이 이해조차 안 된 상황이라 솔직히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03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정은궐 작가의 방대한 사전조사가 엿보이는 소설.

 

 

 

로맨스 장르 소설가라고 무시하지 말자. 정은궐 작가의 소설엔 촘촘하게 준비된 디테일한 상황들이 있다.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정은궐 작가가 얼마나 많이 시대 배경을 조사했는지 짐작케하는 설정과 대사 그리고 인물들이 가득하다.

 

전체적인 흐름이나 스토리텔링을 떠나서 허구를 만들어내기 이전에 실제 기반이 되는 세계관을 잘 만들었다.

 

반면, 로맨스 소설은 주인공의 감정의 선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이 감정의 선에 있어서 매끄럽고 세련되게? 아니다, 절절하게 그려져 있지는 않다. 상황이나 설정이 재미있고, 구성이 나름 탄탄해서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지. 나처럼 어떤 감정의 흐름이나 특정 요소에 집착하는 독자들에겐 다소 밋밋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일 뿐, 소설 자체로 보면 웰메이드 작품인 것 같다. 단, 로맨스 소설치고 감정의 폭발력이나 설레임은 조금 덜한 느낌이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역시 왜, 드라마화가 됐는지 알 수 있겠다.

 

 

 

 

04

윤광준의 생활명품

 


 

이 책의 주요 포인트는 바로 이것! 이왕이면 다홍치마!

 

좋은 물건은 무엇인가? 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되는 책이다.

 

 

229P

 

"명품의 조건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 적어도 세 가지 항목쯤은 갖추어야 한다. 첫 째,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 지속의 힘, 이를 역사 혹은 전통이라 불러도 좋다. 둘 째, 다른 물건이 도달하지 못하는 높능 품질, 차별의 힘이다. 셋 째, 여기에 덧붙여지는 아우라 격조와 품격을 풍기게 하는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안목이란 사소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마니아가 생기는 이유를 알고 있는지? 그것은 그들이 물건의 사소한 차이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에 생긴 별명 같은 것이다. 그들은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함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마니아들에게 가격은 부수적 기준이 되고 만다.

 

이건 문화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사들이는 마니아뿐만이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작은 차이에서 오는 큰 기쁨을 누리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그러니까, 내가 아이돌 CD를 사 모으는 이유도 억지로 떠넘기면 뭐, 그렇다는 거다.. 절대 내 행동에 정당함을 부여하기 위해, 이 책을 억지로 인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뭐 그런 얘기다;

 

 

 

05

가끔은 제정신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실체적 진실과 차이가 있지만 착각해서 행복하다. 인간은 원래 온통 편견과 아집 투성이라고, 그게 정상이라고 위로해주는 책이다.

 

"내가 남을 속인 횟수에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의 수를 곱하면, 내가 속은 최대 수가 된다. 내가 남을 성공적으로 속인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남이 나를 성공적으로 속인 경우에는 그것을 켤코 알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의 가장 큰 착가 중 하나가 자신은 잘  속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착각은 인간 생존의 키워드이다.

 

이 책에서 얻은 한 가지는 바로, 타인이 내게 한 모든 행동에 너무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보여지는 행동을 과대해석하는 경향을 버리면 세상을 더 쉽게 살 수 있다.

 

 

책에 나오는 재미난 실험 한 가지

 

상황: 마트에서 잼을 판다.

A가판대에는 24가지의 잼이 전시되고, B가판대에는 6가지 잼만이 전시되었다.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하게 해둔 채 소비자들의 관심도와 구매 행동만을 분석했다. 짐작했을 테지만, 소비자들은 더 많은 잼이 전시되어 있는 A가판대에 더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잼을 사간 사람의 비율은 정반대였다. A가판대에서는 3%의 사람들만 잼을 사갔지만, B가판대에서는 30%의 소비자가 잼을 사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의 뇌가 무엇을 '가질까'보다는 무엇을 '버릴까'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오.... 과연 그러하다... 가끔 너무 많은 선택지는 포기를 부른다. 양자택일 중에 고른 물건의 만족도가 높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06

러셀의 세계사를 즐기다

 


 

 

버트런트 러셀의 책을 읽을 때 곤란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각 출판사마다 그의 여러 글을 짜집기 하는 과정에서 교차 편집 또는 중복 수록이 생기는 점이다.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보다 보면, 이전의 러셀 시리즈에서 이미 언급했었던 그의 여러 의견들이 중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불친절하며, 퉁명스러운 그의 글들은 매력적이다.

 

세계사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역사 교육에 대한 러셀의 굳은 신념을 반영하고도 있다.

 

역사! 그것은 즐기지 않는다면 효용이 없다고 말한 러셀은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은 시험공부를 위해 머릿속에 지식을 채워넣은 다음에는, 너무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여기고 가능한 한 신속히 그동안 배운 것을 망각하는 과정에 돌입한다고 꼬집었다.

 

러셀은 지금의 세대가 역사에 대해 우둔하고 호기심 없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나쁜 교육 방법 때문이라고 말한다.

 

 

"역사가 수행할 수 있는 두 가지 다른 기능이 있다. 하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겸손한 일반화를 통해 (역사 철학과 반대되는) 역사 과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는 인물 연구를 통해 "드라마나 서사시의 장점"을 "진실"이라는 장점과 결합시기는 것이다. 그리고 둘은 매우 다르며 다른 타입의 정신에 호소력을 갖는다."

 

 

 

07

안녕하세요 고양이 씨

 

 

 

데이비드 세다리스 라는 이름을 믿고 산 책이다. 그리고 나는 아주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아무리 관심 작가라고 해도, 꼭! 장르와 목차! 그리고 미리보기를 볼 것!

 

아, 괜히 샀다, 괜히 샀어!! ㅠ.ㅠ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산 스스로를 비난하다가-> 인정을 하고 -> 교훈을 삼고 -> 극복하기까지 삼일이 걸렸다.

 

내용: 데이비스 세다리스 식 이솝우화. 그러나, 고승의 가르침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그의 메시지가 나를 당황케했다. 이젠 책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예전처럼 우선 사고 보자는 마인드가 아닌지라, 더욱 이 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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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4월 마지막 날이다. 이제 겨우 3월달 책정리가 끝났다... 정리라는 건 밀리면 끝이다. 난 끝났다....역시 꾸준히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