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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책-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 나라 없는 사람, 대성당 등.

4월 책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잘 찍은 사진 한 장,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 나라 없는 사람, 대성당, 찰칵, 찌릿한 순간.

 

 

01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다 읽자마자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음. 소설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시나리오 형식을 취하고 있고,실제로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

 

이 책은 <스모크>와 <블루인더스페이스>라는 버전이 다른 두 가지 이야기를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어서 감독의 인터뷰와 함께 곁들인 작품이다. 어떤 제작 과정을 거쳐서 이 영화가 만들어졌고, 어떤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 소소하게 소개돼 있다. 전에 어떤 작가가 자신이 소설을 쓸 수 있게 된 계기는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를 읽으며 상상했던 버릇 덕분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과연 그러하다. 이 새로운 시나리오 형식의 이야기는 다 읽고 난 후에 진가를 발휘한다.

 

정말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을 준다.

 

아래의 내용은 시나리오를 쓴 폴 오스터의 인터뷰 내용 중 따로 적어둔 문구들이다.

 

"어떤 사람이든 한 마디로 평가될 수 없다는 거다. 사람들은 모두 모순에 차 있다. 단순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구별되어 있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이 책에서 모든 것이 모순되고 섞여 있는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모호함. 그것이 사람이고 그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으며, 따라서 변하는 모든 것은 정의내리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 같다.

 

 

*****스모크의 제작과정을 보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그 연기 같은 '모호함' 이 잘 드러난다.

 

"시나리오도 없이 촬영을 했다던데?"

 

"시나리오도 없고, 리허설도 없었다.

각각의 장면에 대한 벼경과 그 상황에 대한 메모만 써주었다."

 

 

 

 

 

02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만약 당신이 사후세계를 취재할 수 있고, 셰익스피어, 아돌프 히틀러, 아인슈타인 등을 만날 수 있다면? 그런 가정 하에 쓰여진 삶과 죽음에 대한 기발한 가상 인터뷰가 바로 이 책이다.

 

언어 마술사처럼 유쾌하지만 뼈가 있는 유머를 쉬지 않고 뱉어내는 이 작가의 재치가 놀랍다. 아이러니에서 오는 어이없음과 자기 비하를 다룬 음흉한 웃음. 황당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요상한 상황들...!! 짧은 이야기로 전해주는 강렬한 메시지!

 

 

예를 들어 나는 커트 보네커트의 이런 말들이 좋다.

 

본문 中에서..

 

-이상은 빌어먹을 텍사스 주 헌츠빌의 염병할 최신식 독극물주사 사형실에서 커트 보네거트가 전해드렸습니다. 방송을 마칩니다.-

 

 

- 이상은 입이 얼어붙고, 망신을 당하고, 자기를 혐오하고, 교양이 없는 인디애나 시골뜨기 커트 보네거트였습니다. 오늘 방송을 마치면서 질문을 하나 새겨봅니다. "사느냐? 죽느냐?"-

 

 

-이상은 잭 키보니언이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커트 보네거트였습니다. 지금까지 내 목숨을 백 번이나 살렸으니까요. 방송을 마칩니다. 다음시간까지, 자장 자장. 빠이빠이.-

 

 

-"죽음이 잠이라 믿고 만족하면 될 텐데 말이죠."-

 

 

 

 

 

03

잘 찍은 사진 한 장


 


이것은 마치...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같은 그런 책이다.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의 본질과 의미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절대 DSLR 실용서가 아니기 때문에, 스킬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책을 집었다면 다시 내려놓길 바란다. 우선 이 책의 특징 중에 하나가 연식이 오래됐다는 점이다.(2000년대 유물 수준;; ㅜ.ㅜ)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카메라의 기종이나 설명들이 지금과는 맞이 않는 점이 많다. (참고가 필요!)

 

요점은 이거다. 고기를 많이 먹어본 사람이 육질의 차이를 알고, 경험 많은 어부가 그물 던질 곳을 정확히 아는 것과 같이,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많이, 그리고 꾸준히 찍으라는 거다.

 

*사진기를 좋을 걸로 구매하고, 열정도 있는데 사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이 책에 있다.

 

잘 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중간에 멈추기 때문이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면 쓸데없는 관심을 줄여야 한다. 인간의 한정된 에너지는 관심 갖고 있는 일을 다 잘 처리할 만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작은 성과를 위해 온 힘을 집중해도 될까 말까 한 것이 인생살이다. 여가를 이용한 취미마저 진지하게 달라붙을 때 약간의 차별성이 생긴다."

 

 

-우리는 각 개인의 삶의 기록이 각광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바야흐로, DSLR 전성시대다. 한국만큼 빠르게 DSLR이 보급된 나라도 없다고 한다. 그만큼, 사진 찍기를 통한 여가 활용이 활발한 나라다. 모두 집에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는 디카와 더불어, 좀 더 멋들어진 사진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한 사람들의 관심은 DSLR 구입으로 이어진다.

 

만약, 수많은 사진을 찍어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사서 보긴 좀 아깝고....)이 책을 훑어보길 바란다. 내 생각에 좋은 사진은 스스로 찍은 사진에 의미를 담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애정이 생겨야,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

.

 

.........근데, 사진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똑같다....중간에 멈추기 때문에 이루지 못한다.

 

 

 

 

 

 

04

찰칵, 찌릿한 순간


 

 

나로부터 출발한 관심과 행동의 결과가 바로 사진이다.

 

또 윤광준의 책이다. 그렇다, 요즘 이 남자의 책에 꽂혔다;;; 좀더 DSLR과 가까워지고 싶고, 사진을 찍는 느낌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선 자신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장점을 찾고 좋아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고,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주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다. 요즘 말로 일명 ~부심이라고 하는데, 사진부심이 생기면 사진찍기가 즐거워지고, 실력도 그만큼 늘게 된다. 이 책엔 그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장비가 아니라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이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

자연과 도시

철지난 바닷가.

 

윤광준이 찍은 사진이 나온다, 그리고 에세이처럼 그 사진과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이게 이 책이 재미난 이유다.

 

그렇다, 윤광준이 찍어낸 풍경과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곳엔 스토리가 있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야말로 생명력 있는 사진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을 통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05

나라 없는 사람


 

 

 

농담 유머, 개그 익살...웃음이란 무엇인가?

 

프로이트는 유머가 사람이 좌절했을 때 생겨나는 몇 가지 반응 중 하나라고 했다. 유머는 두려움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다. 실제로 웃음이 나오지 않는 농담도 있는데 프로이트는 그것을 블랙 유머라 불렀다. 그리고, 블랙유머와 유머사이에 있는 커트 보네거트의 언어. 그게 바로 이 책이다.

 

 

 

-이게 바로, 커트 보네거트 식 유머다!!

 

"만일 부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싶은데 게이가 될 배짱이 없다면 예술을 하는 게 좋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예술은 생계 수단이 아니다. 예술은 삶을 보다 견딜 만하게 만드는 아주 인간적인 방법이다."

 

"사실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는 게 바로 아이러니다."

 

"설득력있는 억측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거의 모든 지도력의 핵심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글들.

 

"내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진실은 사람들이 지구의 미래를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모든 사람이 마치 알토올 중독자 치료 협회의 회원들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단 며칠만 더 살아도 충분한 것처럼 말이다. 내가 아는 한 후손들의 세계를 꿈꾸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의심이 가면, 발을 빼라."

 

"필요한 요소들이 갖춰지기만 하면 비극은 반드시 감동을 일으킨다."

 

"유머는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한 발 물러서서 안전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그러다 결국 마음이 지치고 뉴스가 너무 끔찍하면 유머는 효력을 잃게 된다."

 

 

 

 

 

06

대성당


 

 

열 두 편의 단편들. 그리고,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묘한 이야기.

 

이 책은 등장하는 화자들의 심리를 내레이션이나, 직접적인 대사로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덩그러니 놓여진 상황만이 그들의 심리를,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상상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참으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지는 책이다.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하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아, 젊은 양방? 그러기에 삶이란 신비롭다니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단편에서는 한순간에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부모가 화자로 나온다. 풀곳 없는 원망과 슬픔으로 점철된 부부가 정말 별것도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말 한 마디에 낙관적인 희망을  암시받는다. 동시에 독자 또한 그 낙관적인 희망을 느끼고 위안받는다.

 

"그들은 더 이상 먹지 못할 정도로 먹었다. 그들은 검은 빵을 삼켰다. 그건 형광등 불빛 아래로 들어오는 햇살 같았다. 그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위로를 받은 것이다.

 

*차근차근 음미하면서 읽어야 하는 종류의 책임! 특히, 마지막 <대성당>은 두 번 읽고 세 번 읽어야 한다!

 

 

 

 

 

07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


 

 

철저한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끔찍한 죽음에 대한 고찰.

 

어떻게 인간은 저 세상으로 가는가? 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을 담은 이상한 책이다! 죽음을 객관화시켜 무섭도록 딱딱하게 설명해 놓은 글들을 보고 있으면,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법의학자들이란?!

그들은 세간에서 호들갑을 떨며 끔찍하다고 하는 사건에도 태연하게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한다. 정신 분석학자들이 앞다투어 파헤질 새로운 상징이나 정신 분석이 필요한 끔찍한 사건을 겸손한 법의학자들은 "사후 절단의 비상한 사례"라고만 언급할 뿐이다."

 

 

이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드라이버의 별난 용도" "톱질의 달인" 몹쓸 펌프질" 등등등... 여기에서 보여지듯이 어떻게 사건 사고가 일어나서 사람이 저 세상으로 가게되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학자라는 인간들에 대해서.

 

도무지 정이 안 가는 별종(법의학자)들이 만들어 가는 희안하고 기막힌 사망에 관한 세상 풀이.... 고지식하고 따분하고, 냉정하다. 그들은 마치 수학공식을 늘여놓듯이 죽음을 분석한다.

너무나도 생소한 관점이라 다른 의미로 신선하고 재미있다.

 

이 소설은 메리 로취의 <인체재활용>과 닮아 있다. 물론, 메리 로취의 글들이 백만 배는 더 재미있다.

 

 

 

* 덧,

 

* 멘붕을 멘붕으로 극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