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응답하라 1997 : 그 시절 우리들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7>

 

"그 동안 잘 있었냐? 나는 잘 지냈다. 나 안 보고 싶었냐? "라고 묻는 듯한 드라마. 사소한 게 빛났던 시절, 그리고 '한 번만 겪어서' 좋았던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

 

누구에게나 있는 '그 시절'을 추억해 본다.

 

생각해 보니, 이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내가 90년대를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낀 세대라고 불리는 90년대엔 나라 안팎으로 사건사고도 많았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이하기 직전의 흥분도 있었고, 드라마와 음악 시장의 전성기와 함께 한류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었고, 삐삐가 사라지고 누구나 폰을 들고 다닐 무렵, 청소년들을 겨냥한 청춘 스타들의 감각적인 CF도 있었으며, 가족이나 친구들끼리의 외식도 늘어났던 '문화적 풍요'의 시대였다.

 

카세트 테이프. 마이마이. 삐삐. 다마고치. 이스트팩 가방. 줄여입은 교복 치마. 촌스럽게 자른 단발머리. DDR. 만화영화 전성시대.게스와 나이키의 열풍. 대학농구 전성시대. 1세대 아이돌의 탄생. 등 등 등.

 

 

90년대, '낀세대'만이 겪었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팔이 드라마라는 점이 새롭다.

 

그러고 보니, 지금처럼 쉽게 영상을 구할 수 없었던 당시엔, 비디오에 녹화를 해서 보는 것이 유일한 팬질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본방사수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였는데, 한 번 놓친 방송은 다신 돌아오지 않았기에, 기를 쓰고 TV 앞에 매달려 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근데, 생각해 보니 지금의 아이돌과 그 당시의 아이돌은 참으로 달랐다.

 

-그 시절 우리들의 우상에 대해서.

 

지금의 아이돌이 힐링의 개념이라면, 90년대의 아이돌은 '우상'에 가까웠다.

 

다 큰 소녀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존재.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영원한 오빠'라는 개념은 특별한 문화 현상이었다. 그 당시 소녀들의 10대 서절을 강렬하게 지배한 이 '오빠'라는 단어가 이제 그 소녀들이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 해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처럼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낀세대'인 우리들은, 

그때 '그 오빠'들이 나오는 90년대를 헌정해준

<응답하라 1997>에 열광하는가 보다.

 

덧 1,

 

그 어느 해보다 2012년은 케이블 TV의 존재감이 남달랐던 한해였다. <응답하라 1997>은 케이블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많은 덕후를 양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드라마의 본질은 한류 스타나, 제작비에 있지 않다는 진리를 다시 일깨워준 작품이기도 하다. 역시 스토리는 공감을 바탕으로 할 때 빛을 보는 것 같다.  

 

덧 2,

 

내 생애 최고의 만화 <H2>를 떠올리게 하는

<응답하라, 1997> ...

 

 

 

 

이 드라마를 보면, 아다치 미츠루의 <H2>가 생각난다.

 

소꿉친구, 성장통, 짝사랑 설정에서 수돗가 장면과 알쏭달쏭 로맨스까지 많은 부분이 닮아있고,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내 중고교 학창 시절은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이 대부분이다. 한때 내 꿈이 만화가였을 정도로 열과 성의를 다해서 만화를 그리기도 했었고, 그당시 인기 있었던 사이버 포뮬러, 건담, 에반게리온, 봉신연의, 카드캡쳐 체리, 세일러문, 웨딩 피치, 란마1/2,  등의 애니도 좋아했었다.

 

대학을 일본어과로 간 이유도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었기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마리모 라가와의 <아기와 나> 그리고 아다치 미츠루의 <H2>였다.

 

<응답하라 1997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H2를 살짝 추천해 본다.>

 

 

 

뻘>

 

재작년에 뮤지컬 배우에게 헌정한 <H2> 전집 세트가 아쉬울 따름이다. ㅠㅠ.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H2> 빼고 다 갖고 있는 나는 대체 뭐란 말인가.ㅠㅠ 돈 모아서 사야겠다... 역시 팬질은 온라인에서만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