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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빌브라이슨의 놀라운 호주 여행, 걷듯이 천천히.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껄끄러운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다.

 

읽고 나서 소설에 등장하는 무뢰한들과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불쾌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그러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너무나도 건조해서 더 놀란다. 


극적 상황을 표현하는 한없이 건조한 시선.

 

혹자는 블랙유머와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를 다룬 놀라운 소설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나오는 모든 상황들이 그저 기묘하고 낯설다. 사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제목에 끌려서다.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얼마나 와닿는 문구인가. 글 한 줄에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책의 제목대로 좋은 사람은 나오지 않는 소설이다. 각 단편에서 표현되는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들이 섬뜩하다. 특히, 추천해주고 싶은 꺼림칙한 작품은 <불속의 원> <강>이다. 단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짧지만 강하다.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무례하고, 파렴치한 인간군상은 의외로 만나기 쉽다. 주변을 둘러 보라, 피하고 싶은 사람이 한 두 명쯤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놔, 정말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든 거였어." 라고.

 

근데, 곰곰이 따지고 보면 나부터도 좋은 사람은 아니다. 꾸준히 뚝심있게 이기적이고, 매우 못된 심보를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처신을 바꾸는 기회주의자다. 그래서 뭐, 어쩌겠는가. 걍 이렇게 사는 거지;;;;

 

 

**

 

 

소설 속 대화 한 장면 :

 

 

"사고를 당했나 보군요"

 

"우리 차가 두 바퀴나 굴렀답니다!" 할머니가 말했다.

 

"한 바퀴죠."

남자가 할머니의 거짓말을 바로잡으며 말했다.

 

 

-> 대화에서 느껴지는 캐릭터의 못됨이 느껴진다. 가히 천재적이다. 행동이나 대사로 캐릭터가 잘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을 읽는 재미는 바로, 이런 묘사에 있다.

 

 

"아래쪽으로 몰린 이목구비가 철제 덫처럼 돌출한 입 위쪽으로 가까스로 균형을 맞춘 듯한 생김새였다."

 

-> 가까스로 균형을 맞춘 생김새라니... 순간 상상해 버렸다;;;; 누군가 떠올랐다....

 

 

 

"수녀는 아이의 손을 뚝뚝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붙잡고 흔들면서, 미사가 막 시작되었으니 얼른 성당으로 가자고 했다. 아이는 수녀원에 발만 들여놔도 기도를 시키는군, 하고 생각했다."

 

-> 이런 표현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적당한 위트와 차가운 듯한 시선.

 

 

 

 

 

 


 

 

 

<빌브라이슨의 놀라운 호주 여행>

 

 

 

 

가고 싶다. 호주.

 

한참 미국병을 앓았을 당시, 심각하게 미국에 있는 국립공원을 일주 해보는 상상을 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너무 멀고 비쌌다. 그래서 호주라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 호주도 적당히 멀고 비쌌다. 결국, 나는 부산을 갔다....(나란 사람은 반도에 갇힌 느낌이다)

 

 

메모.

 

호주는 지금까지도 드넓은 지역이 황무지로 남아있다. 그곳은 열기과 먼지뿐인 무기력한 세상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64킬로미터에 달하는 사막과 먼 지평선 사이에 방해물이 전혀 없기에 가능한 광경 하나- 가장 독특하고 선명한 일몰이다. 호주하면, 시드니, 시드니하면, 오페라 하우스다. 아, 내가 시드니에 있구나, 하며 놀라우리만치 친숙한 그 건물. 어쨌든 오페라 하우스는 아름다움의 대명사가 아니라 하나의 아이콘이라 설명한다.

 

 

오페라 하우스의 이야기 하나.

 

그 건문의 설계도는 대담하고 독특하며 처음부터 특별했다(그리고 골칫거리였다) 문제는 저 유명한 지붕이었다. 그처럼 무겁고 경사가 심하고 상부가 무거운 건물을 지은 적이 없었다. 그 지붕을 짓는 데 필요한 공법을 해결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원래 그 건물은 적어도 6년 안에 완공할 계획이었다. 결국 공사는 15년 동안 질질 끌었다.)

 

 

캔버라에 대한 사실.

 

수도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이느라 몇 년을 허비한 끝에 선정위원회들은 결국 남부 뉴사스웨인스의 변두리에 위치한 호적한 농촌 지역을 선택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불타는 듯 더웠다. 시드니와 맬버른은 명성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기에 타협정신에 따라 미개간지 가운데 한 곳에 새로운 수도를 설립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

 

빌브라이슨의 말대로, 호주는 흥미로운 나라다.

글로 읽어도 이렇게 볼거리가 가득한데, 직접 땅을 밟고 서면 분명 호들갑을 떨며 무릎을 꿇을 것 같다.그런데 아마도 난 가지 못할(않을) 것 같다....

.........

 

 

 

 

 

 

 


 

 

<걷는 듯 천천히>

 

 

 

아, 별거 없는데 읽게 되는 장르가 바로, 에세이.

 

별거 없는 걸, 별걸로 써내는 작가들이 대단한 것인지. 별거 아닌 것을 별것처럼 보는 독자가 대단한 것인지. 아무튼, 이 에세이라는 장르를 읽을 때마다 돈이 아깝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메모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힘든 놈이지만, 네가 만든 프로를 보면 너의 감정이 드러난다."

 

-> 스스로 깨닫지 못한 나다움 같은 것에 관한 이야기다. 가끔 소름끼치게 내가 드러날 때가 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을 때 나다움이 극대화된다. 스스로 그것을 인지한 순간, 그 바보같음이 더욱 드러나면서 주변인이 쯧쯧거리게 되고, 너란 아이는 참으로 너다운 짓을 하는구나, 라는 말을 듣게 된다.

 

 

"상실. 죽음에서도 창조적일 수 있다. 애도 과정은 슬프고 괴로워하는 데서 그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하기도 한다고. 기분은 좋지만 슬프다는, 슬프지만 우유는 맛있다는, 이 복잡한 감정을 알게 된 걸 성장이 아니면 무어라 부를 수 있는가."

 

 가장 와 닿았던 말.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세상에는 쓸데없는 것도 필요한 거야. 모두 의미있는 것만 있다고 쳐봐. 숨막혀서 못 살아. 한 편의 영화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의 의미를 바꿀 수도 있다. 영화관을 나온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줄거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내일을 상상하고 싶게 하는 묘사.

 

주연이란, 화면에 잡히지 않을 때도 그 영화를 지배하는 사람. 영화의 톤이나 리듬, 템포를 지배한다. 좀 멋지다.

 

 

**

 

 

생각해보니, 이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일본 영화를 안 본 지가 오래돼서 잘 몰랐는데, 영화를 잘 안 보는 내가 봤을 정도면 어느 정도 인정받는 감독인 건가;;;; 일본 특유의 영화네, 라는 게 나의 감상평이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감독일 줄은 몰랐지만, 왜 인기가 있는지는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즘 책을 안 읽어서;;;

남길 리뷰가 없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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