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2009년에 만들어진 일본작품이지만, 무섭게도... 대한한국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바야흐로 세상은 월드 와이드 경제불황이 진행중이다. 이런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실직의 공포'를 유사체험하고 있는 나에겐 꽤나 강렬한 영화였다.
내용: 실직을 한 가장이 길을 잃고, 무료하고 단절된 아내는 겉돈다. 대의를 찾아 미군에 입대하는 큰아들,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남몰래 일을 꾸미는 둘째. 그들의 무모하고 씁쓸한 일상이 교차된다.
가족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단절된 채 진행이 된다. 네 명의 가족은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지만 오가는 대화는 없다. 무엇을 말해도 서로에게 닿지 않는다. 절대 본심을 말하지 않는 가족과 그래도 가족이기에 계속 이어져가는 관계를 보여준다.
뭔가 엉망진창이고 제대로 꼬인 그들의 일상들이 나오는데, 덤덤하게 보여주지만 무겁기 그지 없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여주는 둘째 아들의 피아노 입학시험은 이 가족들에게 찾아온 화해와 소통을 드러내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한 번 길을 잃고 방황하다, 제자리로 돌아온 그들이 처음으로 취했던 행동은 바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함께 따뜻한 밥을 먹는 모습에서 화면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초기작인 <인간합격>과 비슷한 노선의 이 영화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뭔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특징이다. 물론, 이 감독의 대표작인 주온이나 여타의 공포영화는 전혀 다른 감성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이런 종류의 영화를 내놓는 걸 보면, 감성이 풍부한 감독 같기도 하다.
밥상머리 대화에 대해서.
힘의 원천!! 밥!(후레이~ 후레이~)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식사시간이다. 가만 보면, 일본인들의 식사 풍경은 묘하게 한국과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면이 많다.
한국인에게 '밥 한번 먹자'는 얘기는 인사와도 같다.
보통, 안녕~ 보다는 밥 먹었냐? 라는 물음이 먼저 나오는 민족은 아마도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선 밥을 함께 먹으면서 정을 쌓고, 소통을 하는 문화가 주류였다. 유난히 한국에 카페가 많은 것도, 먹고 얘기를 나누고 소통하길 좋아하는 민족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밥상머리 대화가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나만 해도 퇴근 후에 알아서 저녁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바쁘고 시간 맞추기 힘들어서 함께 하는 식사는 예전처럼 일상의 한 부분은 아니게 되었다.
밥먹는 빈도가 낮아질수록, 대화의 단절은 깊어진다.
그래서일까 가족이지만, 그 속을 알 수 없고 개인주의는 더 강해진 느낌이다. 혼자있는 게 편해진 요즘 세상.(달리 말하면 혼자 사는 게 무지 즐거운 세상이 되었다. ^^ 솔로로써 강조하는 말이지만....놀 것 많고 볼 것 많은 시대이다.)
밥상머리 대화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이 가능한 시대... 요즘 인터넷 카페나 갤러리에서 만나는 '존재감 쩌는 사람'들을 보면 자극도 되고, 재미있다. 뭔가 새로운 소통의 문화로써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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