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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 파수꾼(2010) 외로움과 소통의 부재

 

파수꾼(2010)
감독: 윤성현
배우: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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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수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갈등을 감독은 소통의 문제로 보았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며, 내내 답답함을 느꼈던 건 나 또한 타인과의 관계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관계에서 생겨나는 갈등은, 소통의 부재 이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진심이 없는 세치 혀.

타인에 대한 판단의 문제.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사소한 행동의 무서움.

상호 타협이 가능한 타이밍의 문제.

이처럼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기 위해서는 꽤나 여러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의외로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이 시발점이 돼서, 뜻하지 않게 오해와 상처를 주고 받게 되면, 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파수꾼의 기태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인간관계 스킬 부족, 그리고 타인을 향한 잘못된 판단, 빈약한 자기 표현력, 폭력적 성향 등, 그의 이런 성격은 스스로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눈에 훤히 보이는 큰 잘못보다 사소한 행동 하나. 작은 눈빛, 말하는 억양, 풍기는 뉘앙스들이 타인을 더 자주 끈질기게 상처입힌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타인을 향해 독설을 내뱉고, 폭력을 행사한다. 왜곡된 마음의 표현은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게 아니다.
내가 남이 오해하도록 속이는 것이다.
 

파수꾼에 나오는 기태와 친구들 또한 사소한 오해로 서로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고, 큰 상처를 준다. 한 번 상처를 받은 마음은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는데, 파수꾼을 보며 그 말이 참으로 와 닿았다. 기태가 좀더 일찍 얘기를 했다면, 아니 좀더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기다렸다면 분명,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며칠 뒤에 받아들여질지도 모를 사과가, 오늘은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대화를 나누는 행위에도 타이밍이 참으로 중요하다.



02


기태라는 캐릭터.




뭐라고 해야할까 실제로 내 주변에 저런 인물이 있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다. 상처를 받아서인지, 평온하지도 않고 기복이 심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마음만 앞서는 타입.

한 마디로 영화 속의 기태는 삶에 능숙하지 못한 서툰 사람이다.

내 자신이 여유롭다면 저런 친구 한 명 곁에 두는 게 뭐가 문제겠냐만은 참으로 세상은 각박해서, 모난돌이 정 맞는다고- 둥글지 못하면 그만큼 타인에게서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배우 이제훈이 기태라는 캐릭터를 꽤나 잘 연기했다. 떠오르는 배우라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생각해 보니... 영화 친구사이에도 나왔고, 내가 악평을 달았던 고지전에도 나왔었다.

말그대로 훈훈한 남자 + 폭넓은 연기 변신이 가능한 마스크 + 좋은 목소리 등등. 매력 있는 배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