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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뮤지컬- 위키드 : 나는 너를 만나 다른 사람이 되었어.

당신의 괴팍한 초록색 얼굴 뒤에 숨겨놓은 少女를 사랑합니다(하트)

  

인종문제와 사회 문제를 다룬 묘한 이야기. 동화 같은 판타지이지만, 섬뜩한 현실을 담고 있다.

 

 

뮤지컬 <위키드>

 

선과 악.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의 차이일 뿐, 구분할 수 없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의 결과가 악이라면,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위키드는 흡사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익살스럽고 과장되고 화려한 이야기지만, 알고 보면 무서운 진실을 속삭인다. 볼 때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보고 나면 생각할 게 많아진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 스토리가 무겁지 않고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엘파바와 글린다라는 극강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앙상블 덕분!! 극과 극인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이 참으로 극적이면서 재미있다. 위키드의 주제나 배경이 다소 무거울 지언정 이 둘의 이야기는 유쾌하다.

  

"나는 너를 만나 다른 사람이 되었어."

결과가 어찌 되었든, 너를 만나 다른 사람이 되었다라는 말은 참으로 위대한 말이다. 주인공인 초록 소녀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에게 "네가 나를 다른 사람이 되게 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들의 우정을 넘어선 공감을 엿볼 수 있는 대사인 동시에 최고의 찬사다.

 

원작 소설 위키드와 다른 점.

 

우선(왜 인지 모르겠지만;;;)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보았는데, 굳이 뮤지컬과 소설 원작을 엮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뭐, 괜히 읽었다는 소리에 가깝다는 얘기다;;) 별개의 내용, 전혀 다른 스토리, 전혀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상황 상, 좀더 어둡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원작 소설에 가깝고, 뮤지컬은 스토리와 캐릭터가 좀더 화려하고 가벼운 편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비틀어 만든 발칙한 상상은 소설, 뮤지컬 모두 만족스럽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위키드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

 

뮤지컬 역사상 가장 화려한 구성과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위키드가 내한하셨다. 무려 16만원에 달하는 티켓값과 함께^*^....... 근데, 요즘 한국에선 못 구하는 게 없을 정도로 웬만한 좋은 물건들은 다 들어오는 것 같다. 문화, 예술공연에서부터 각종 명품들까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모든 것들이 한국에선 돈만 내면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뮤지컬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미국 브로드웨이에 가지 않는 이상엔 볼 수 없는 공연인데 이렇게 오리지널 배우들이 친히 내한을 해주니 새삼스럽게 한국에 살고 있는 걸 감사히 여기다가도,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하는가?를 따지고 보면 눈물이 난다. 요즘 들어 돈에 대해 우울하고, 꿈에 대해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내 계획에서 문제는 딱 하나뿐이다. 내가 재능이 없다는 것....

 


으허허허헝......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