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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뮤지컬-삼총사 : 역시 삼총사의 꽃은 밀라디지!

뮤지컬-<삼총사>

 

<삼총사>에서 가장 많은 서사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뽑는다면, 당연히 밀라디와 아토스,그리고,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밀라디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뮤지컬 테마송에서 드러나는 캐릭터의 절박함도 기가 막히게 좋다.

 

버림받은 나

배신당한 나

저주받은 나...

 

이중적이고 모순돼 있고,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품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래서 분노와 슬픔 그리고 희망이 소용돌이 치는 밀라디의 내면은 볼거리가 많다.

 

그녀는 아름답고, 순수했으며, 사랑스러웠지만, 끝내 배신당했고, 스스로를 저주받았다고 생각한다. 복수라는 테마가 밀라디의 캐릭터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몰고가고 있다. 사실, 밀라디는 <삼총사>의 주요 서사를 이끌어가는 역할도 하면서, 로맨스의 중심에 서 있으며, 모순되고 이중적인 자아도 가지고 있는 복잡한 위치의 한가운데 있다. 다른 인물들의 다소 평면적이고, 서사가 약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밀라디가 그 모든 불행과 고난을 짊어지고 가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운명은 잔인하게 밀라디를 몰아세운다.

 

구원을 원하지만, 구원받지 못했으며 누구보다도 희망을 노래하지만, 누구보다도 비참하게 버려진다. 그래서 바로 그녀의 이야기가 강렬하게 와 닿는다.

 

으레 <삼총사>를 보면 그들이 말하는 정의와 우정을 논하게 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사랑하는 사람을 등지면서까지, 그러니까 내 사람 하나 구원할 수 없는 사람의 정의라는 건 과연 무엇일까? 아토스가 왕을 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행한 행동에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밀라디가 너무도 아픈 캐릭터라서 그런 것 같다.

 

오랜만에 뮤지컬 때문에 울컥하며, 신나는 공연을 혼자서 인간극장으로 보고 왔다. 다들 물개박수치며 경쾌한 음악을 따라 부를 때, 혼자 뚱한 표정으로 공연장을 나온 이유는 분명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역시 스스로가 좀 많이 삐뚤어져서인지... 그냥, 심통이 난다.

 

극을 극으로 볼 수 없는 이 삐딱한 심성을 좀 고치고 싶다..... OTL...